노경은, 이현호, 진야곱 등과 5선발 경쟁
"일본 가면 시즌이라 생각하고 던지겠다"
허준혁(26, 두산 베어스)이 또 한 번의 이변을 자신했다.

지난해 허준혁은 16경기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했다. 더스틴 니퍼트가 빠져 있을 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총 63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김태형 감독의 1군 구상에 없었던 선수지만, 선발로 보직을 변경해 작은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2차 드래프트로 두산에 온 선수 중에서는 현재까지 유일한 성공사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호투가 지금의 자리를 보장해주진 않는다. 최고의 토종 좌완 원투펀치인 유희관, 장원준을 보유한 두산은 외국인 투수 2명을 포함해 1~4선발을 꾸릴 수 있는 행복한 팀이다. 다시 말해 5선발 한 자리를 놓고 여러 후보가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허준혁은 김 감독이 최선의 카드라고 점찍은 노경은을 비롯해 진야곱, 이현호 등과 경쟁을 벌인다.
1년 전 이맘때엔 대만에서 진행되는 퓨처스 전지훈련에 동행했지만, 이번에는 호주에서 1군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17일에는 일본 미야자키로 건너가 실전을 준비한다. 퓨처스와 1군 캠프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그는 “퓨처스 캠프는 정말 절실하다. 여기(1군)도 절실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보다 긴장감이 좀 더 있다. 대신 내 페이스에 맞춰서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점은 좋다”고 이야기했다.
2015 시즌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두산에 오기 전까지는 좌완 스페셜리스트에 가까웠지만, 지난해 활약을 통해 선발투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고도 경기에 나서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허준혁은 “아쉬웠지만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9월에 내가 부진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엔트리에 들어가서 우승을 맛본 것에 만족한다”고 짧게 말했다.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체력이 뒷받침되면 앞으로는 이런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8~9월이 되니 체력적으로 떨어졌다"는 허준혁은 "더 많이 먹었어야 하는데 평소와 똑같이 했더니 체력에 문제가 왔다. 좋을 때는 괜찮았지만 선발로 70~80개 정도 던지면 체력이 떨어질 때도 있었다. 나중에는 비도 오고 선발 간격이 길어져 페이스가 떨어졌다”는 말로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지금은 많이 먹으면서 몸을 만든다. 아무도 자신을 주목하지 않을 때도 묵묵히 노력하며 실력과 실적을 쌓은 만큼 지금은 누구와의 경쟁에도 자신 있게 임할 수 있다. 허준혁은 “지난해 나에게까지 기회가 주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무한 경쟁이다. 자신은 있다. 일본에 가면 시즌이라고 생각하고 던질 것이다”라는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