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쇼트트랙, 이승훈에겐 성공의 어머니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6.02.17 05: 18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쇼트트랙 실패를 딛고 스피드 스케이팅 성공 신화를 이룬 이승훈(28, 대한항공)에게 해당되는 격언이다.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장거리 간판 이승훈은 지난 14일(한국시간) 러시아 콜롬나서 열린 2016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마지막 바퀴에 짜릿한 대역전극을 써내며 정상에 올랐다.
이승훈은 처음부터 뒤에 처지는 전략을 세워 마지막 코너서 안쪽을 파고들어 디펜딩 챔피언인 아리얀 스트뢰팅아(네덜란드)를 0.06초 차로 제치고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처음 종목별 선수권대회에 도입된 매스스타트서 아시아 선수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이승훈은 "올 시즌 내내 5000m와 10000m서 부진했는데 가장 중요한 대회서 매스스타트 정상에 올라 기쁘다. 세계선수권대회 첫 우승이라 더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실패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승훈은 지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서 탈락한 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전향, 이 대회 남자 10000m서 금메달, 5000m서 은메달을 따는 기염을 토했다. 4년 뒤 소치 올림픽 남자 팀추월에선 은메달까지 추가했다.
이승훈은 "밴쿠버 올림픽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서 탈락한 뒤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해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쇼트트랙 경험이 매스스타트의 자산이 된 것 같아 고맙다"면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계속 쇼트트랙 훈련만 한 게 주효해 호성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매스스타트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쇼트트랙으로 불리는 종목이다. 쇼트트랙 경험으로 오픈레이스가 낯설지 않은 이승훈이 타임레이스에 익숙한 경쟁자들에 비해 유리한 이유다. 이승훈도 "타임레이스에 익숙한 선수들보다 추월 능력이 좋은 것 같다"고 금메달 비결을 밝혔다.
이승훈은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지난 시즌 월드컵을 치르면서 상대 견제가 심해졌지만 몇 번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는 그는 "마지막에 좋은 위치를 선점하면 스퍼트에 자신감이 있다. 레이스 운영을 더 준비하면 호성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이승훈은 2년 뒤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서 금빛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까지 2년 정도 남았는데 내 선수 생활도 그 정도 남은 것 같다. 아시아서 전무후무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dolyng@osen.co.kr
[사진] 인천공항=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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