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 하위권 외부평가에도 성적 강조
“올해가 가장 중요한 해...올해 잘하면 10년 열릴 것”
“하루하루 다르다. 어떻게 보면 정말 잘 될 것도 같은데, 또 다르게 보면 너무 힘들다. 고민하느라 잠도 못자고 밤을 새기도 한다.”

넥센 히이로즈는 가장 변화가 큰 팀이다. 팀의 기둥이 다 뽑히면서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홈런왕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것 같았던 유한준은 kt와 FA 계약을 맺었다. 마무리투수 손승락 또한 롯데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4년 동안 에이스로 활약해온 밴헤켄은 일본으로 떠났다.
때문에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 시즌 넥센을 하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나, 10개 구단 중 전력누수가 가장 심한 만큼, 5위만 해도 기적이라는 평가다. 한 야구인은 “넥센처럼 단기간에 뿌리가 다 뽑혀나간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만일 넥센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KBO리그 역사상 가장 큰 기적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기적을 응시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넥센의 미래를 열겠다는 각오다. 애리조나 캠프를 마친 지난 14일 염경엽 감독으로부터 2016시즌 구상을 들었다.
먼저 염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신예 선수들의 성장에 중점을 뒀다. 신예 선수들이 가장 큰 효과를 얻도록 훈련시켰고, 이를 위해 코치들이 크게 희생했다고 전했다.
“어느 해보다 중요한 캠프라고 생각했다. 어린 선수들이 앞으로 어떻게 야구를 해야 하는지 스스로 느끼도록 노력했다. 코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코치마다 거의 맨투맨으로 선수에게 붙어서 개인지도를 했다. 기본기와 집중력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어리니까 훈련양이 많이 필요하지만, 많은 훈련으로 선수들이 지치고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집중도 높은 훈련으로 효과를 내도록 노력했다. 공하나 치는 것, 공 하나 던지는 것도 생각하고 느끼게 만들었다. 코치와 선수 모두 잘 따라와 줬다고 생각한다.”
염 감독은 올 시즌부터 임병욱과 강지광을 주전으로 출장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김하성이 맹활약을 펼치며 강정호의 공백을 메운 것처럼, 임병욱과 강지광이 박병호와 유한준의 공백을 최소화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임병욱과 강지광이 당장 팀의 중심으로 올라서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많은 기존 선수들이 상위타순에 자리하고, 신예 선수들은 하위타순에서 경험을 쌓는다. 이는 지난해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김하성도 마찬가지다.
“젊은 선수들이 많지만, 시즌에 들어가면 엔트리에 큰 변화는 주지 않을 계획이다.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간 선수들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이다. 여러 선수들을 바꿔 올려봤자 아무도 크지 못한다. 또 중요한 것은 팀의 중심 선수들이다. 어린 선수가 크기 위해선 기둥들이 잘 해줘야 한다. 올 시즌 우리 타선의 기둥은 이택근 서건창 김민성 윤석민 대니 돈이다. 이들은 올해 팀의 큰 형이자 중심이다. 고종욱과 김하성은 둘째다. 막내는 임병욱과 강지광이다. 막내가 활약해서 경기를 이기는 상황을 없애야 한다. 막내는 못해도 된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둘 것이다. 그래서 병욱이는 하위타순부터 시작한다. 작년에 하성이가 클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하성이 앞에 자리한 8명의 타자들이 잘 해줬다. 그러다보니 하성이가 편하게 경기를 치렀다. 선수를 육성시키려면 기둥들이 버텨줘야 한다. 하성이도 시즌 초반에는 하위타순에 들어갈 것이다. 올해까지도 하성이는 쌓아가는 단계다. 만일 하성이가 당장 2번 타순에 자리하면 하성이의 머리가 복잡해진다. 출루도 해야 하고 주자를 진루시키기도 해야 한다. 2번 타자는 야구를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은 부담 없이 마음껏 즐겁게 뛰도록 해줘야 성장한다. 10년 쓸 선수인 만큼, 침착하게 과정을 밟아가며 키워야 한다.”
투수진은 ‘볼넷 최소화’가 과제다. 넥센은 2013시즌부터 매년 팀 볼넷 500개 이상을 범했다. 2012시즌 리그 최다 볼넷을 허용했던 것에 비하면 나아졌으나 여전히 리그 평균보다 많은 볼넷을 범하고 있다. 염 감독은 어린 투수들이 많은 만큼, 시작부터 나쁜 버릇을 없애려고 한다.
“청백전 2경기에서 투수들에게 테마를 줬다. 타자로 하여금 3구 안에 치게 만들라고 했다. 무조건 스트라이크 존에 던지라고 했다. 포수도 움직이지 않고 50%는 가운데로 던지게 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볼넷이 너무 많았다. 우리의 우선 과제는 볼넷을 줄이는 것,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것이다.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투구 패턴을 강조했다. 가운데 던져서 홈런 맞아도 괜찮다. 초구에 홈런 맞으면 투구수라도 아낀다. 처음부터 코너워크 하려다가 카운트 불리해지고 가운데 몰린 공 던져서 안타 맞는 것은 피하자고 했다.”
염 감독은 약화된 타격과 마운드를 주루플레이와 수비로 메우려 한다. 선수기용도 이전과는 차이를 둔다. 작년까지는 개인 기록을 만들어주는 데에 중점을 뒀지만, 올해는 팀 승리가 우선순위다.
“팀 도루 3위 안에 드는 게 목표다. 지금 구상한 타선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건창이와 종욱이가 각각 30개 이상 해줄 것이고 택근이도 20개는 해줄 수 있다. 하성이와 병욱이도 20개 이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팀 도루 150개는 넘을 것이다. 때문에 이번 캠프에선 주루플레이와 수비 훈련을 많이 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실전에선 실패하는 모습도 나오고 안 좋은 모습도 나온다.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 계속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것이다. 그리고 올해는 좀 더 냉정하게 선수를 기용할 것이다. 작년까지는 세이브가 되는 상황에 아웃카운트 하나 남겨놓고 마무리투수를 올렸고, 홀드를 챙겨주기 위해서 중간투수를 등판시켰다. 개인 기록에 맞춰서 상황을 만들고 운용을 했었다. 올해는 팀이 이기는 데에만 포커스를 맞출 것이다.”

마지막으로 염 감독은 전력 누수가 심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올해 좋은 성적을 통해 넥센의 10년을 열고 싶다고 했다. 모두가 하위권으로 분류하지만, ‘감독은 성적을 내야만 하는 자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냉정히 바라보면, 지난해에 비해 이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 4번 타자·에이스투수·마무리투수가 다 빠져나갔다. 전력의 70%가 나간 것이다. 이를 메우려면 개인이 아닌 팀을 중심으로 야구를 해야 한다. 작년까지는 3점을 줘도 5점을 뽑아서 이길 수 있었다. 올해는 1점을 덜 주고 1점을 더 내야 이긴다. 1점을 소중히 생각하는 야구를 해야 한다. 감독 첫 해였던 2013시즌에는 넥센이 올라가기 위한 준비가 어느 정도 된 상태였다. 쉽게 말해 곧 잠재력이 터질만한 선수들이 많았다.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유한준 김민성 모두 스타가 될 만한 기질이 있었다. 이 선수들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스타를 만드는 데에 목표를 뒀다. 감독과 코치가 어떻게 지도하느냐에 따라 선수를 살릴 수 있다고 봤다. 올해는 당시에 비하면 더 밑에서부터 시작한다. 젊은 선수들이 앞으로 10년을 잘 할 수 있도록 기본기부터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올해가 넥센 전체에 가장 중요한 해라고 생각한다. 올해 잘 되면 넥센은 앞으로도 꾸준히 잘 할 것이다. 감독은 팀을 책임지고 성적을 내야만 하는 자리다. 밖에서 넥센 전력을 어떻게 평가하더라도 나는 우리 팀이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솔직히 나도 우리 팀을 바라보면서 하루하루 다르다. 어떻게 보면 정말 잘 될 것도 같은데, 또 다르게 보면 너무 힘들다. 고민하느라 잠도 못자고 밤을 새기도 한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