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젊은 나이에 감독직에 올랐지만 ‘준비된 사령탑’다운 면모를 보였다. 2011년 LG 트윈스 감독을 맡으며 사령탑에 데뷔한 김기태(47) 감독은 신선한 바람을 몰고 다녔다. 크고 작은 문제가 많았던 LG 선수단을 일명 ‘검지 손가락 걸기 세리머니’ 로 하나로 뭉치게 만들며 약체로 평가됐던 팀을 2013시즌 4강으로 이끌며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미러클 LG 열풍’을 일으키며 LG가 11년만에 가을무대에 오르며 팬들에게 유광점퍼를 입게 하는 기쁨을 선물했다.
하지만 이듬해에는 시즌 초반 깊은 수렁에 빠지자 자진하차했다. 그러나 그의 지도력을 일찍부터 높이 사고 있던 고향팀 KIA 타이거즈가 곧바로 계약, 사령탑에 복귀했다. KIA에서도 타고난 리더십을 발휘하며 팀을 리빌딩, 2016시즌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심판판정에 항의하며 직집 드러누워 시연, ‘눕기태’라는 병칭을 얻기도 하는 등 사령탑에 오른 3년간 프로야구 무대에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러면서 김 감독의 지도력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인정을 받으며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김 감독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인정을 받는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김기태 감독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그 답은 ‘예의’이다.

김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항상 ‘예의’를 중시해왔다. 선후배들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다해 진정성 있는 ‘야구인’으로 평가를 받았다. 때로는 무서운 선배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농담도 잘하는 부드러운 선배도 되기도 한다. 선배 야구인들에게는 절도 있는 후배로 면모를 다한다. 때로는 포커 페이스가 되지 않아 불그락 푸르락 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 못지 않다.
김 감독 스스로 자신의 야구관에 대해 밝히지는 않지만 지켜보면 ‘예의 야구’로 평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야구인으로서 생활하는 모습에서도 ‘예의’가 자리잡고 있고 야구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예의’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예의 야구’ 덕분에 일본에서도 최고 인기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코치로 인정을 받았고 국내무대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면서도 ‘능력있는 지도자’로 평을 얻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단에 항상 예의를 강조하면서 스스로 실천을 한다. 선수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형님 리더십’으로 먼저 다가가는 한편 예의를 벗어나면 가차없는 벌을 주는 엄격함도 보여준다. 선수들 뿐아니라 함께 하는 코치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예의를 벗어나면 누구든 엄하게 다스리는 것이다. LG 시절부터 함께 하고 있는 6살 많은 조계현 수석코치를 비롯한 동료 코칭스태프들도 김 감독의 이런 면모를 잘 알고 대한다. 특히 조 수석은 약간은 성격이 급한 김 감독을 잘 보좌하며 ‘예의 야구’가 빛을 발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김 감독은 말한다. “감독이란 능력으로 말하는 자리이다. 나이가 많고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감독은 야구로, 실력으로, 성적으로 말한다”며 사령탑으로서 팀을 잘 이끌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항상 예의를 갖추는 야구 속에서 성적으로 인정받는 사령탑이 되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지론이다.
지난 시즌 KIA를 맡아 재정비한 김 감독이 올 시즌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며 감독의 품격을 드러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 이어 일본 오키나와 2차 전지훈련 등 부임 후 두 번째 맞이한 스프링 캠프를 통해 어린 유망주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단련시키고 있는 김 감독은 2016시즌 돌풍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 오키나와에서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