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은 옛말’ 신한은행, KB 2군에게도 졌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2.18 06: 27

‘레알은 무슨...’ 국가대표들이 즐비한 신한은행이 KB스타즈 2군에게 졌다. 
인천 신한은행은 17일 오후 7시 인천도원체육관에서 벌어진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6라운드 마지막 경기서 청주 KB스타즈에게 79-103으로 완패를 당했다. 신한은행(13승 17패)은 공동 4위서 단독 5위로 추락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주전가드 최윤아(무릎)와 김규희(발목)가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고, 시즌아웃을 당했다. 윤미지와 신인 이민지가 백코트를 맡기에는 부담이 컸다. 하지만 졸전의 변명이 될 수는 없었다. KB스타즈 역시 발목을 다친 홍아란을 빼고 비슷한 조건으로 맞붙었다. 

1쿼터부터 신한은행의 경기력은 엉망이었다. KB스타즈에게 올 시즌 1쿼터 최다 31실점을 했다. 반면 신한은행의 득점은 단 9점이었다. 한번 망가진 경기력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 경기가 절반이나 남았지만 신한은행 선수들에게서 경기를 뒤집겠다는 의지는 찾기 어려웠다. 
신한은행은 전반전 54점을 내줬다. 역시 올 시즌 전반전 최다실점이었다. 전반전 신한은행은 2점슛 20개를 던져 4개를 성공, 20%를 기록했다. 반면 KB스타즈는 3점슛 13개 시도 중 7개를 꽂았다. 2점슛 13개 중 실패는 단 두 개에 불과했다. 야투율이 69.2%에 달하는 신들린 슈팅이었다. 
더욱 놀라운 경기는 후반전에 펼쳐졌다. 3쿼터 62-31, 더블스코어로 앞서고 있는 KB스타즈가 오히려 강력한 3-2 지역방어를 펼쳐 신한은행을 당황케 했다. 신한은행은 총 22개의 실책을 연발했다. 
서동철 KB스타즈 감독은 4쿼터 중반부터 핵심전력을 모두 빼고 김진영, 김한비, 김현아, 김희진, 박지은, 박진희 등 2군 멤버들에게 기회를 줬다. 반면 전형수 신한은행 감독대행은 김단비, 커리 등 주전급 선수들을 끝까지 뛰도록 했다. 늦게나마 신한은행이 KB스타즈를 압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계속 됐다. 사실상 패배를 시인한 신한은행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KB스타즈의 후보 선수들은 악착 같이 달려들어 103점을 채웠다. 박진희는 경기종료 35초를 남기고 신한은행 수비를 뚫고 들어가 연속 득점을 올렸다. 여자프로농구서 7년 만에 한 경기 100득점 돌파 팀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왜 전형수 감독대행은 주전들을 끝까지 뛰도록 했을까. 그는 “우리는 대부분 국가대표 선수들이었는데, 상대는 이름도 없는 2군 선수들이었다. ‘이름으로 하는 경기는 끝났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프로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며 선수들에게 경고했다. 
전형수 대행은 KB스타즈의 전략에 대비해 사전에 충분한 훈련을 했다. 상대의 더블팀을 집중적으로 깨는 훈련을 반복했다. 하지만 실전이 되자 아무것도 지켜진 것이 없었다고. 심지어 선수들은 한 번 해보겠다는 의지마저 보이지 않았다. 전 대행이 선수들에게 실망한 결정적 이유였다. 
이날 신한은행 선수들은 경기 종료와 동시에 꿀맛 같은 외박을 나갈 계획이었다. 경기장에 선수들을 마중 나온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선수단의 해이해진 기강에 전 대행은 돌연 외박을 취소하고, 심야 비디오 미팅을 잡았다. 전 대행은 “오늘 경기를 복기하면서 반성하겠다. 선수들이 (패한 경기영상을) 보기 싫겠지만, 보면서 반성해야 할 것이다. 패배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지만, 정신적인 면부터 졌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일갈했다.  
신한은행은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명문가다. 2007년부터 6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뤄냈다. 전주원, 정선민, 강영숙, 이연화, 김연주, 최윤아, 하은주, 김단비, 곽주영, 신정자, 김규희 등 숱한 국가대표 선수들을 거느려 ‘레알 신한’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이제 다 옛말이다. 당시의 명성은 지금의 선수들에게 오히려 부담이자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름값이 높아진 선수들이 초심을 잃었다는 냉철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이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 현재 자신들의 실력을 냉정히 평가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스타의식에 젖어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누구든 냉정한 프로무대서 살아남을 수 없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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