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정예 상대 2이닝 퍼펙트 '위력투'
선발 로테이션 청신호, 업그레이드 기대
예상보다 부진한 마운드에 고민하고 있는 SK지만 한줄기 희망의 빛도 봤다. 지난해를 거치며 부쩍 성장한 박종훈(25)이 첫 연습경기에서 쾌투를 펼쳤다. 결과 이상의 과정도 돋보였다. 선발 로테이션 합류 굳히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박종훈은 18일 일본 오키나와 우라소에 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와의 경기에서 선발 이정담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 2이닝 동안 단 한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투구로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SK는 야쿠르트에 2-9로 무너졌으나 박종훈의 호투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위안이었다.
야쿠르트 1군 주전 선수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상황이라 상대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박종훈의 투구는 거침이 없었다. 최고 구속은 133㎞로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투심패스트볼 위주로 적극적인 승부를 펼쳐 공 20개로 2이닝을 정리했다. 탈삼진 3개, 외야로 뻗어나간 타구는 없었다. 발렌틴, 야마다 등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도 박종훈의 공에 쉽사리 방망이가 나가지 못했다.
김용희 SK 감독도 팀 패배에도 불구하고 박종훈의 투구에는 호평을 내렸다. 김 감독은 “박종훈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고무적이다”라고 칭찬했다. 김원형 SK 투수코치는 “확실히 1년간 1군에서 던져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캠프를 앞두고도 몸을 잘 만들어왔다. 오늘은 낮게 깔리는 제구가 워낙 좋았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 감독은 이번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돌입하기 전 “4·5선발을 놓고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에이스인 김광현과 두 외국인 투수(세든, 켈리) 외에 나머지 자리는 백지로 놓고 원점부터 평가하겠다는 의미였다. 다만 다른 선발 후보군들이 첫 경기에서 나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속이 타는 상황. 박종훈의 호투가 큰 의미를 갖는 이유이기도 했다.
박종훈은 이날 포심보다는 투심을 많이 던진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박종훈의 빠른 공 계열의 공은 똑같은 공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자랑한다. 포심, 투심, 싱커 등이 서로 다른 궤적과 공 움직임으로 홈 플레이트를 파고든다. 지난해 확실한 위력을 검증한 싱커 외에 투심까지 보조를 맞춘다면 더 공략하기 까다로운 공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오키나와에서 5선발 경쟁을 벌였던 박종훈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찾아온 기회를 잘 잡으며 33경기에서 6승8패를 기록했다. 다소간 기복은 있었지만 팀이 어려운 시기에 결정적인 경기를 더러 잡는 등 두둑한 배짱을 과시했다. 그런 경험에서 나오는 성장의 자양분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자리는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스스로 만드는 긴장감도 박종훈의 순항을 돕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