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작년 5강 경쟁을 벌였지만 힘의 한계는 분명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얇은 선수층 때문이었다. 투수와 야수 모두 붙박이 주전들이 부족했다. 강팀들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였다. 그러다보니 2군 선수들까지 최대한 가동해 144경기를 치렀다. 한 시즌을 마쳤지만 약점은 그대로였다. 마운드/테이블세터진/키스톤콤비/외야진/포수진 모두 빈틈이 많았다.
새로운 선수들이 필요했고 기존 선수들도 체질강화를 해야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부임 2년차 전지훈련에서 이원화를 추진했다. 베테랑 선수들은 함평에 남아 자체 훈련을 시켰고 2월 오키나와로 합류하도록 했다. 대신 젊은 선수들을 대거 애리조나에 대동했고 오키나와캠프까지 훈련을 펼쳤다. 젊은 선수들을 모아놓으니 서로 경쟁하며 훈련을 펼쳤다. 그리고 김감독은 오키나와 실전에서 몇 개의 카드를 내놓았다.
단연 관심을 모으는 카드는 스무살 4번타자 박진두이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가장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18일까지 실전 4경기 모두 4번타자로 선발출전했다. 4경기에서 14타수 6안타, 타율 4할2푼9리를 기록하고 있다. 홈런은 없지만 타구의 방향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코스에 맞게 타격을 하는 센스를 보였다. 어린 나이에도 긴장하지 않는다.

박진두의 중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팀의 간판을 바꾸겠다는 의지이다. 박진두의 부상은 필연적으로 기존 주전들의 긴장을 야기시킨다. 당장 나지완이 4번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명타자를 놓고 박진두와 경쟁을 벌이는 그림이 그려진다. FA 나지완의 이후까지 대비하는 성격도 읽힌다.
두 번째 카드는 13년차 내야수 김주형이다. 작년 가을캠프부터 다시 가능성을 보이자 김감독은 쓰임새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고 유격수와 2루수 파격 기용안이 등장했다. 타력 증대를 위한 방안이다. 더욱이 김주형은 3루와 1루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유격수와 2루수로 기용한다면 활용폭이 대단히 넓어진다. 물론 부담을 이기는 것은 김주형의 몫이다.
여기에 고졸 2년차 황대인, 6년차 윤정우, 고졸신인 내야수 최원준과 외야수 이진영도 쓰임새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황대인은 약점이었던 수비력이 점차 개선되면서 타격에서도 일취월장할 기세를 엿보인다. 2루수 기용안이 등장했다. 이들의 성장은 김민우, 신종길, 김원섭, 나지완 등 기존 수비수들에게는 위협적이다.

마운드에서 카드는 한승혁과 김윤동이다. 한승혁은 캠프에서 153km짜리 볼을 던지며 일본타자들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제구력을 잡기 위해 투구폼을 간결하게 바꾸었는데 스피드까지 늘어났다. 겨우내 알찬 훈련과 변화가 가져온 결과였다. 때문에 심동섭과 함께 소방수 후보로 떠올랐다. KIA는 작년 30세이브를 따낸 윤석민의 선발복귀로 인해 소방수 확보는 화두이다.
김윤동은 몸이 유연하고 몸을 끌고 나와 던지기 때문에 볼의 힘이 남다르다. 변화구 구사력을 키워야 하지만 오키나와 실전 2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의 인상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선발과 불펜 모두 기용이 가능하다. 부상 경력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김윤동이 어떤 보직을 맡든 1군 요원이 된다면 마운드 가용폭이 넓어질 수 있다.
여기에 사이드암 박동민, 좌완 정용운까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우완 홍건희도 작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마운드에서도 새 힘을 수혈받을 수 있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앞으로 베테랑 투수들과 어우러진다면 상승작용이 예상된다. 투타에 걸쳐 KIA의 올해 캠프는 작년에 비해 훨씬 알찬 느낌을 준다. 그래서 KIA 오키나와 캠프의 기상도는 맑음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