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보호와 국가안보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애플과 미국 연방수사국 FBI의 싸움을 둘러싼 논쟁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미국 법원이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에서 발생한 무슬림 부부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 애플에 FBI 총기테러 수사를 위해 스마트폰 잠금해제를 위한 기술을 지원하라고 명령했다.
FBI는 14명을 살해한 이 테러범 부부가 아이폰(아이폰 5c)을 사용해 교신한 만큼 공범의 존재 여부나 극단주의 세력과의 연계성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휴대폰을 조사하려 했으나 잠금장치를 풀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폰은 기기가 잠겨 있을 경우 10번 이상 잘못된 비밀번호(4자리)를 누를 경우 모든 자료는 삭제되고 아이폰은 초기화된다.

그러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자사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법원의 명령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쿡 CEO는 "미국 정부는 애플이 고객의 보안을 위협하는 전례없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같은 명령을 반대한다. 이는 당장의 법적 사건을 넘어 더 심각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18일(현지시간) IT전문 '테크크런치'는 FBI가 애플에 요구하고 있는 사항과 함께 왜 애플이 이런 정부의 요구에 반기를 들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FBI는 애플에 '일회성'이란 전제 하에 3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잘못된 암호를 10번 이상 입력할 경우 기기가 초기화 되는 자동 삭제 기능을 없애 줄 것, 둘째는 FBI가 빨리 전화 암호를 추측해낼 수 있도록 잘못된 암호를 5회 연속해서 넣었을 때 1분간 비활성화 되는 기능(6회째 5분, 7~8회째 15분, 9회째는 1시간)을 제거해 줄 것, 마지막은 전화 혹은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같은 무선 프로토콜을 통해 비밀번호를 FBI에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다.
이를 보면 FBI는 단지 테러범 부부가 사용한 아이폰 5c에 국한돼 애플에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려하는 것처럼 정부가 소위 말하는 '백도어(뒷문)'를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도 않다.
'백도어'는 기업이 정상적인 인증 없이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주로 유지, 보수를 목적으로 하지만 정부 기관이 사용자의 데이터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쿡 CEO는 "지금까지 우리는 FBI를 돕기 위해 우리의 힘과 법률적 테두리 내에서 모든 것을 했다. 하지만 지금 미국 정부는 아이폰에 백도어를 구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테크크런치 역시 우려를 표시했다. 일단 한 종류의 아이폰이 뚫리면 다른 종류의 아이폰을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iOS 기기들은 A7칩이 나오면서 지문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시큐어 인클레이브(Secure Enclave)'라는 보안영역을 도입, 보안을 한층 강화했다. A6칩을 탑재한 아이폰 5c의 보안이 뚫린다는 것은 그 이전 모델의 보안이 모두 무장해제된다는 뜻이다. 더불어 이후 버전 역시 곧 뚫리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IT전문 BGR 역시 "어떤 이들은 애플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테리리스트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FBI가 성공하면 이 나라에서는 다른 아이폰에 대한 무제한 액세스 권한이 주어지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쿡 CEO는 "모든 정보는 우리의 지식이나 허가없이 사용하려는 해커나 범죄자로부터 보호될 필요가 있다"면서 "수년간 우리는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암호화가 곧 자신의 정보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여러분의 아이폰 콘텐츠는 우리 사업과 전혀 무관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우리조차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뒀다"고 강조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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