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SK 프리뷰11] '전력질주' 박계현, 다시 오르막을 꿈꾼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2.20 06: 00

2015년 주춤, 반성의 시간
빠른 발+컨택 경쟁력, 2016년 배수의 진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평범한 진리다. 그러나 이러한 굴곡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내리막인 경우도 허다하다. SK 내야의 젊은 기대주인 박계현(24)도 그런 험난한 길을 경험하고 있다.

박계현은 SK의 2015년 개막전 선발 2루수였다. 가파른 오르막 끝에 오른 고지였다. 2014년 1군 무대에 데뷔한 박계현은 62경기에서 타율 3할4푼1리에 7개의 도루를 했다. 제한적인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빛이 날 만한 활약을 펼쳤다. 컨택 능력이 있는 방망이, 팀 내에서도 손꼽히는 빠른 발을 갖춘 박계현이 팀 내야 세대교체의 선봉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2015년을 앞두고는 더 많은 준비를 했다. 체중을 늘렸고, 웨이트를 충실히 했으며, 수비 훈련은 입에 단내가 나도록 했다. 그 결과는 시범경기에서의 맹활약이었다. 타율 3할6푼1리를 쳤다. 출루율은 4할7푼2리에 이르렀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박계현은 팀 내 베테랑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개막전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제 뻗어나가는 일만이 남아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내리막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박계현은 “힘들어서 연습을 안 하거나 연습량이 적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었다. 몸은 열심히 연습을 했는데, 마음은 그에 따라가지 못했다”라고 떠올렸다다. 먼곳을 응시하며 좀 더 생각을 정리하던 박계현은 이윽고 좀 더 솔직하게 당시의 마음을 털어놨다. “1군에 자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전에 비해서 절실함이 조금 떨어졌던 것 같다”라고.
꼭 그것만의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지난해 성적은 떨어졌다. 잘해야 한다는 욕심만 앞선 박계현은 지난해 97경기에서 타율 2할3푼1리에 그쳤다. 중간중간 자잘한 부상이 페이스를 떨어뜨린 것도 사실이지만 박계현은 변명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세운 목표에도 훨씬 미치지 못했다. 오르막은 오래 가지 못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천금의 기회를 차버렸다. 이제 박계현은 내리막을 멈춰 세우려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박계현은 이번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에서 다시 살을 찌웠다. 천성적으로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지만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9㎏을 불렸다. 지난해에도 10㎏을 넘게 불렸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그 살이 도로 다 빠진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박계현이다. 올해는 지난해의 실패를 교훈 삼아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캠프에서는 공격과 수비 모두에 달려들었다. 원점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다. 마음은 비웠고 절실함은 키웠다.
외국인 내야수(헥터 고메즈)가 들어옴에 따라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박계현은 “이런 경쟁구도가 자극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어쩌면 올해는 SK 내야의 핵심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혹은 다른 유망주들에 밀려 다시 자리를 잃을지를 결정할 만한 중요한 시기다. 그래서 ‘배수의 진’을 쳤다고 강조했다. “반드시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도 다졌다. 그 각오의 어투는 지난해 이맘때보다 더 강해지고, 또 독해져 있었다.
박계현은 “지난해 부진했지만 어차피 나는 확실한 주전은 아니었다. 더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내 값어치를 보여줄 수 있다면 어느 자리에서 출발하든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력으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박계현은 지난해 부진을 통해 올라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 깨달음은 박계현의 좋은 교훈으로 한 시즌을 도울지 모른다.
2016년 프리뷰
1년 전 이맘때와 비교하면 상황은 오히려 나빠졌다. 고메즈의 가세로 김성현의 2루 기용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가운데 유서준과 조성모가 성장했고 베테랑 이대수도 정상 출발이 가능하다. 김성현의 지난 시즌 성적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는 시즌 개막 엔트리에서 내야 백업을 놓고 다툴 공산이 크다. 다만 왼손타자에 빠른 주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주자로서의 가치는 이미 인정받고 있고 1군에서 3루 수비도 해봤다는 경험이 있어 벤치의 기용폭을 넓혀줄 수 있는 선수다. 박계현이 이번 캠프에서 내야 전 포지션의 수비 훈련을 소화했다는 점은 벤치의 기대치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박계현은 “2014년에는 신기하게 많은 기회가 왔다”라고 떠올렸다. 기회는 계속 올 수 있다. 지나치지 않고 잡는 것은 스스로에게 달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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