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메즈-최승준-김동엽, 경쟁 효과 시발점
주축 자극 효과, 타선 업그레이드 기대감
“자신의 자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다른 팀에서 넘어온 선수들의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고 있다”

SK 내야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 들어 보기 드물었던 경쟁”이라는 말도 나온다. 기존 선수들이 신진급 선수, 그리고 올해 팀에 합류한 선수들의 상승세에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덩달아 기존 선수들의 각성 효과까지 나온다. 선수들은 피가 마르는 상황이지만 팀으로 봤을 때는 기분 좋은 선순환의 구조다.
지난 12일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를 시작한 SK는 실전과 훈련을 병행하며 점차 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마운드는 아직 몸이 덜 풀린 모습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타격은 벌써부터 관계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선수들의 말도 다르지 않다. 선수들은 조심스레 “올해 타격은 작년보다 확실히 나을 것 같다. 우승후보라는 부담이 없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외부인의 힘이 그 중심에 있다. 새 외국인 야수 헥터 고메즈가 불을 당겼다. 개막전 유격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수비 능력은 동료 선수들도 모두 인정한다. “확실히 탄력이 다르다. 어깨도 강해 송구가 총알 같다”라는 부러움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여기에 타격도 펀치력이 있다는 평가로 기대를 모은다. 이에 중앙 내야수 자원들은 나머지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플로리다부터 오키나와까지 총성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1루도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다. SK의 1루는 오랜 기간 베테랑 박정권이 차지해왔다.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다. 박정권이 부진해도 끌고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정상호의 FA 보상선수로 합류한 최승준, 그리고 미국에서 돌아와 신인으로 입단한 김동엽이 가세했다. 두 선수는 플로리다부터 지금까지 괄목할 만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두 선수는 플로리다 훈련에서도 나란히 라이브 배팅을 했다. 비거리는 상상 이상이었다. 역시 장타력이 뛰어난 정의윤조차도 두 선수의 힘 이야기가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다. 타구가 까마득하게 날아갔다. 김동엽은 플로리다 캠프 경기장의 조명탑도 아닌, 조명탑의 전등을 맞추며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두 선수의 비거리를 보며 나머지 타자들도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최승준은 세 번의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벌써 두 개의 홈런을 쳤다. 1루 수비 훈련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변화구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 타격폼을 바꾼 김동엽도 서서히 예열을 하고 있다. 워낙 힘이 좋은 선수인 만큼 노스텝으로 쳐도 충분히 담장을 넘길 수 있다. 축복받은 조건이다. 두 선수 모두 지명타자 및 1루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외부인들의 만만치 않은 기량을 확인한 기존 선수들도 질세라 땀을 흘리고 있다. 자리를 지켜야 하는 박정권 김성현의 각오가 남다른 가운데 최정 또한 훈련량을 늘렸다. “2007·2008년 이후로 가장 훈련량이 많은 것 같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각자가 뿜어내는 기세는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릴 연습경기 3연전에서 또 한 번 힘겨루기에 돌입한다. /skullboy@osen.co.kr
[사진] 김동엽(왼쪽)-최승준.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