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한화와 SK와의 경기가 열리기 전, 한화 유니폼을 입은 한 선수가 SK 덕아웃을 찾았다. 올해 한화로 이적한 정우람(31)이었다.
분위기만 보면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마치 아직도 한 팀에 몸담고 있는 동료처럼 보였다. 가장 먼저 김용희 감독을 찾아 인사를 한 정우람은 박경완 코치, 후쿠하라 코치 등과도 인사를 주고받았다. 일부 프런트와도 일일이 인사를 했다. SK 코칭스태프도 다시 만난 정우람을 반겼다.
2004년 SK에 입단한 정우람은 지난해까지 SK에서만 1군 통산 600경기에 나선 리그의 특급 왼손 계투 요원이다. SK에서 세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정우람은 핵심 멤버로 그러한 대업을 도왔다. 그러나 지난해 FA 자격을 얻어 한화와 계약하면서 인연은 잠시 끊겼다.

비록 다른 팀 유니폼을 입었지만 SK는 정우람의 가슴 속에서 지우기 어려운 이름이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첫 만남이 성사돼 이날 인사를 나누는 정우람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이는 SK에 남아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용희 감독은 정우람을 보자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라고 웃었다. 박경완 코치는 “잘하라”라고 덕담을 건네며 선전을 기원했다.
훈련을 위해 보조구장으로 이동한 정우람은 또 옛 동료들과 마주했다. 보조구장에서는 막 도착한 SK 투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SK 선수들은 정우람을 보며 “유니폼이 안 어울린다”라고 농담을 했다. 농담 속에는 정우람을 떠나보낸 동료들의 진한 아쉬움이 담겨져 있었다. 정우람도 멋쩍은 듯 웃어보였다.
김원형 코치와 조웅천 코치도 “어색하다”라고 껄껄 웃으면서 반갑게 손을 맞잡았다. 이어 안부와 현재 몸 상태 등을 물으며 오래간만에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정우람은 “기분이 묘하다”라는 말로 심정을 대변했다. 이제는 그라운드에서 적으로 만나야 하는 처지지만,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당부하며 프로의 이름을 실감케 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