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경기 선발출전’ 이현호, 감동의 3분 39초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2.21 15: 47

‘꿀밤형님’ 이현호(36, 전자랜드)가 당당히 유니폼을 입고 정든 코트와 작별했다. 
인천 전자랜드는 21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울산 모비스에게 70-89로 패했다. 전자랜드(17승 37패)는 최하위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모비스(36승 18패)는 KCC와 공동 1위가 됐지만, 상대전적에서 2승 4패로 밀려 우승을 내주게 됐다. 
이현호의 은퇴경기로 관심을 모았다. 올 시즌 부상으로 대부분 결장했던 이현호는 홈팬들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유니폼을 입었다. 경기 전 유도훈 감독은 “후배들이 안 따를 수가 없는 선수다. 현호가 나한테 칭찬도 많이 듣고 혼도 제일 많이 났다. 주전으로 내보내겠다는 것은 내 의견이었다”며 노장을 예우했다. 

유재학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한 번도 지도한 적은 없지만 경복고 후배 이현호의 은퇴에 유 감독도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이현호가 주전으로 나온다는 말에 “한 골 줄까?(웃음) 모범이 되는 선수다. 선수들이 다들 화려함만 추구하지만 이현호는 리바운드와 궂은일만 해서 프로에서 14년을 버텼다. 감독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라며 치켜세웠다. 
‘한 골을 주겠다’던 유 감독의 말은 농에 불과했다. 우승이 걸린 경기라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그것이 프로였다. 선발로 나선 이현호는 함지훈을 수비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현호는 함지훈이 리바운드를 잡지 못하도록 죽기 살기로 막았다. 은퇴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대충뛰는 법이 없었다. 함지훈이 공을 잡자 이현호는 파울로 적극 제지했다. 쉬운 골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현호는 모비스가 던진 3점슛을 걷어내 리바운드를 추가했다. 기본기였던 박스아웃을 철저히 지켜 얻어낸 리바운드였다. 외곽의 함지훈이 공을 잡자 다시 이현호가 막았다. 함지훈이 던진 공은 림에 빨려들었다. 아쉽지만 마지막 경기서 실점을 허용했다. 
이현호는 정영삼이 쉽게 돌파할 수 있도록 박구영을 몸으로 제지했다. 골밑으로 돌진한 정영삼이 파울을 얻었다. 동료들이 보다 편하고 쉽게 농구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이현호가 냉정한 프로에서 14년이나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아이라 클라크가 골밑에서 공을 잡자 다시 이현호의 파울이 이어졌다. 이현호는 2분 8초를 뛰면서 파울 2개, 리바운드 하나를 한 뒤 주태수와 임무를 교대했다. 
하프타임에 이현호의 은퇴식이 거행됐다. 전자랜드 서포터즈는 ‘당신이 보여준 열정, 그리고 전자랜드와 함께한 시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이현호의 유년시절부터 ‘꿀밤훈계사건’ 선수생활까지 활약상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수 천 명의 팬들은 ‘I love 이현호’가 새겨진 피켓을 흔들었다. 
주태수, 정영삼, 리카르도 포웰, 주희정, 서장훈, 이현호의 아내 등 주변인은 “형이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며 축하인사를 전했다. 이현호의 딸은 “아빠, 둘째 동생이 나오면 내가 아빠가 훌륭한 농구선수였다고 이야기해줄게‘라고 말했다. 딸의 메시지가 나오자 이현호도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모비스 주장 양동근과 이성훈 KBL 사무총장, 김성헌 전자랜드 사무국장도 축하의 꽃다발을 건넸다. 
이현호는 “제가 이 정도 선수가 아닌데 은퇴석에 서게 해주신 팬들과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정말 즐거웠다. 다음(울컥) 이제는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좋은 사위로 가정을 잘 이끌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경기종료 1분 31초전 이현호는 68-85로 뒤진 순간 다시 코트를 밟았다. 선수로서 마지막 순간을 즐기라는 유도훈 감독의 배려였다. 이현호가 종료 31초전 쏜 슛은 빗나갔다. 모비스는 이현호의 마지막 슈팅을 막지 않았다. 종료와 동시에 이현호가 쏜 레이업슛은 골인됐다. 이현호는 2점, 1리바운드, 3파울로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삼산체육관을 가득 메운 팬들은 승패와 상관없이 '이현호'를 외치며 그의 앞날을 축복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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