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차세대 거포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동엽(26)이 연습경기 첫 대포를 터뜨렸다. 모두가 기뻐했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은 팀의 에이스 김광현(28)이었다.
김동엽은 21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연습경기에서 선발 6번 좌익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간 지명타자로 간간히 출전했지만 이날은 처음으로 수비 포지션에도 나가며 선발 출장했다. 그리고 의미 있는 한 방을 터뜨렸다.
5-1로 앞선 5회였다. 김동엽은 한화 신인 투수인 김재영의 바깥쪽 빠른 공을 밀어 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바깥쪽 공에 중심이동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힘으로 이겨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힘으로는 팀 내 최고라는 평가가 허투루 들리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김동엽이 홈런을 터뜨린 순간 가장 기뻐한 선수는 3루 관중석에서 취재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김광현이었다. 김광현은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도는 김동엽에게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후배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액션이기도 했지만 또 하나 사연이 있었다.
김광현과 김동엽은 오키나와 캠프 룸메이트다. 보통 투수는 투수 혹은 포수와 같은 방을 쓰는 경우가 많다. 투수와 야수가 짝을 지우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그림이 나온 것은 김동엽의 자청이었다.
김광현은 “체격에 비해 엄청나게 말이 많은 편”이라면서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이 홈런으로 추가적인 지출도 생길 판이다. 김광현은 “김동엽에게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치면 해달라고 하는 것을 다해주겠다고 약속했다”라고 빙그레 웃었다. 김동엽이 어떤 요구를 할지는 아직 미지수. 그러나 마냥 흐뭇해하는 김광현의 표정을 봤을 때, 조금 거한 것을 요구해도 괜찮을 법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