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한 우려를 지우는 것은 한 번의 스윙이면 충분했다.
닉 에반스(30, 두산 베어스)가 첫 실전에서 홈런포로 기세를 올렸다. 에반스는 21일 일본 미야자키 소켄구장에서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연습경기에 팀의 4번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그리고 동점 솔로홈런 포함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첫 타석은 실망스러웠다. 에반스는 1회초 2사 1루에 상대 선발인 좌완 야마사키 사치야를 맞아 3구째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카운트에 방망이를 냈지만 타이밍이 완전히 맞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타석이 반전이었다. 이번에는 투수가 토메이 다이키로 바뀌어 있었다. 팀이 0-1로 뒤지던 4회초 2사에 나온 에반스는 볼카운트 1B-2S에 들어온 토메이의 몸쪽 코스 포심 패스트볼을 정확히 받아쳐 가운데 펜스를 넘겼다. 이 홈런으로 두산은 1-1 동점을 이뤘다.
5회초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뒤 비교적 일찍 교체됐으나, 다른 이유는 없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인 만큼 여러 선수들에게 고른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이미 자신이 지닌 날카로움을 한 번 보여줬으니 아쉬울 것도 없었다.
지난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 139경기에서 타율 3할1푼, 17홈런 94타점을 기록해 거포보다는 중거리 유형으로 평가받았으나, ‘걸리면 넘어간다’는 인상을 주기엔 충분했다. 에반스의 홈런을 현장에서 본 김태룡 단장도 “에반스는 원래 몸쪽 볼을 잘 치는 선수다”라며 그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장타가 매일은 아니더라도 이따금씩 터져 나온다면 타선에 무게감을 실어주기에는 충분하다. 1년 전 기대를 모았던 잭 루츠와 데이빈슨 로메로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지만, 호주에서부터 진지한 자세로 묵묵히 훈련해온 에반스는 첫 연습경기부터 심상찮은 존재감을 뽐냈다. 팀의 새 4번으로 일단은 합격이다.
한편 두산은 이날 오릭스에 7-10으로 패했다. 첫 연습경기에서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선수들을 시험해본 것은 수확이었다. /nick@osen.co.kr
[사진] 미야자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