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스토리]기부천사 허경민, 특이한 목표에 담긴 진심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2.22 05: 50

지금껏 남 몰래 선행한 기부천사
2016 목표는 팀 내 최다 수비 이닝
 “제일 해보고 싶은 건 팀 내 최다 수비 이닝이다”

2016 시즌 목표를 물었을 때 허경민(26, 두산 베어스)은 다소 특이한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내 수긍할 수 있었다. 허경민은 “매년 (김)현수 형이나 (정)수빈이가 했는데, 팀에 공헌했다는 증거기 때문에 꼭 하고 싶다. (수비 이닝이 많다는 것은) 많은 타석에도 나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팀에서 가장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 실력과 체력 모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표면에 내세운 것은 수비 이닝이지만, 공수 양면에 걸쳐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한 부분에 중점을 두지는 않았다”며 현재까지의 훈련 과정에 대해 설명한 그는 “내 것을 만들려는 훈련을 했고, 시즌이 길기 때문에 체력적인 준비를 했다”고 말을 이었다.
지난해는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우고 3할 타율을 넘긴 시즌이었지만, 성에 차지는 않는다. 허경민은 “규정타석에 들기는 했지만 시작부터 나간 것은 아니라 제일 하고 싶은 것이 시작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해보는 거다. 그래야 진짜 풀타임이라고 생각한다. 한 달을 쉬었으니 풀타임을 뛰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인정하는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런 마음들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고, 2015년 일구회에서 수여한 의지노력상도 허경민의 차지였다. 포스트시즌 기간 그 흔한 타이어도 쉽게 주어지지 않았지만 의지와 노력은 인정을 받은 셈이다. 이에 대해 그는 “(그간 상복이 없어) 돈(일구회 상금)보다는 트로피가 더 좋았다”며 웃었다.
놀라운 것은 스타로 도약하기 전부터 남 몰래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 앞장섰다는 점이다. “받은 상금은 내가 쓰는 것보다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부모님께도 드리고 기부도 했다. 시즌 전에 지인을 통해서 한 보육원을 알게 됐다. 안타 하나마다 적립하기로 했는데 시즌이 끝나고 꽤 많이 쌓여서 뿌듯했다. (기부는) 앞으로도 계속 할 계획이다. 부모님도 좋아하셨다”라고 어쩌다 말하게 된 허경민은 계속 부끄러워했다.
남에게는 관대하지만 자신에게는 엄격하다. 김태형 감독은 허경민을 주전 3루수이자 2번타자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는 “(최)주환이 형, (김)동한이 형도 좋기 때문에 주전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남이 잘하거나 내가 못한다고 해서 불안해하지는 않고 내 것만 하고 싶다. 내가 못해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남을 의식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안주하지 않되 남과 비교하지도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겠다는 생각이다.
허경민의 목표는 점점 커질 것이다. 모자에 ‘가족’과 ‘꿈’을 새긴 그는 “내가 프로야구선수가 된 것은 가족이 있었던 덕분이다. 애국가를 들을 때 모자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프로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이제 됐으니 더 큰 꿈을 가져야 한다. 매년 바뀔 것 같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처음부터 이번 시즌 목표라 했던 팀 내 최다 수비 이닝 소화라는 목표는 허경민을 더 높은 단계의 다음 목표로 인도할 것이다. 그의 말대로 수비 이닝이 늘어나면 타격 기회도 많아지고, 2016 시즌이 끝날 때는 지금까지 베풀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웃과 나눌 수 있게 된다. /nick@osen.co.kr
[사진] 미야자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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