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업 위해 오키나와서 구슬땀
유력한 마무리 후보, 정규시즌 대비 OK
옛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살이 많이 빠졌다”라는 이야기였다. 정우람(31, 한화)도 이를 인정했다. 정우람은 “체중이 많이 줄었다”라고 빙그레 웃었다. 올 시즌 준비 상태와 각오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우람은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 위치한 한화의 전지훈련지에서 맹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전지훈련 페이스가 예년보다는 다소 늦은 편이라는 스스로의 진단 때문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훈련량을 늘리고, 더 독한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SK의 한 코치는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을 봤는데 예전보다 훈련을 더 열심히 한 모양이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돌아온 정우람은 69경기에서 70이닝을 던졌다. 물론 2010년 102이닝, 2011년 94⅓이닝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상황이 달랐다. 어느덧 30대가 됐고 복귀 첫 시즌이라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다. 여기에 11월에는 프리미어12에도 출전했다. 체력을 회복시킬 시간이 적었다.
이에 김성근 한화 감독은 정우람의 몸 상태가 올라올 때까지 서산에 남겨 훈련을 시켰다. 경고이기도 했지만, 배려이기도 했다. 정우람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본진에 합류한 이후 더 땀을 흘리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초심을 떠올릴 수 있는 여건이다. 가능성 있는 왼손 불펜 자원이었던 정우람은 2007년 SK에 부임한 김성근 감독의 지도 속에 완전체 선수로 거듭났다. 그리고 야구 경력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김 감독을 다시 만났다.
정우람은 “김성근 감독님은 예전과 달라지신 게 없다”라고 미소 지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예년보다는 훈련량이 줄어든 것이 아니냐”라는 말도 나오지만 정우람은 “훈련 일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라고 잘라 말한다. 단지 상황 차이라고 설명이다.
정우람은 “그때 SK는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많았다. 지금보다는 훈련을 소화하는 데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 다만 여기는 부상이 있었던 선수들이 있어 조절을 하는 것 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돌려 이야기하면, 정우람은 20대 중반의 그 당시처럼 강한 훈련으로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여유를 조금 부릴 법한 베테랑이 됐지만 정우람은 앞만 바라보고 있다.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마음속에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다. 정우람은 지난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역대 불펜 최고액인 4년 84억 원에 한화와 계약했다. 연봉을 많이 받는 만큼 성적이 따라오지 않으면 비판에 처할 수도 있다. 고액 연봉자들이 공히 느끼는 부담감이다. 그래서 한발자국 더 뛰고 있다. 팀의 왼손 불펜 후배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노력한다.
몸 상태가 조금 늦게 올라온 편이지만 정규시즌을 준비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우람도 이를 자신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픈 곳이 없다. 정우람은 “감독님께서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피칭할 때도 아픈 곳이 없는지 항상 물어보신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권혁 윤규진 등과 함께 정우람을 마무리 후보로 보고 있다. 구위, 경험, 배짱 등 모든 측면에서 조건을 충족한다. 정우람은 보직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 그러나 여전히 성실한 모습에서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