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인터뷰를 자주 했어야 하는데…".
22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문선엽(삼성 외야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쑥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기대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아쉬움도 묻어났다. 두 차례 퓨처스리그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는 등 잠재 능력이 무궁무진한 문선엽은 지난해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돌이켜 보면 1년 내내 아팠다. 종아리, 허리, 오른손 엄지 뿐만 아니라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 가서 등 근육통 때문에 고생했고 귀국하자마자 엄지 발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만 하면 지긋지긋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성적은 기대 이상. 타율 3할2푼1리(212타수 68안타) 14홈런 52타점 39득점. 문선엽은 "이렇게 많이 아팠는데 성적은 괜찮았다"고 씩 웃었다. 2014년 전훈 캠프 때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하며 류중일 감독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문선엽. 제2의 최형우가 탄생할 것이라는 분위기였으나 기대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이젠 1군 캠프는커녕 괌 2군 캠프 명단에서도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실 많이 멍했다. 2군 캠프에는 합류하려고 나름 열심히 노력했는데…".
문선엽은 변화를 선택했다. 지난해부터 레벨 스윙에서 어퍼 스윙으로 바꿔 장타력 향상을 꾀했다. 그는 "내겐 잘 맞는 것 같다. 장타 능력도 확실히 좋아졌다. 올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이철성 BB아크 원장의 집중 지도를 받으며 송구 동작도 수정하고 있다.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좋아지는 게 확실히 느껴진단다. 어느덧 프로 7년차. 만년 기대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는 "2년 전 기회를 잡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다음에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문선엽의 첫 번째 목표는 1군 진입. "2군에 있는 선수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1군에 가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그 목표를 이룬다면 100타석에 들어서고 싶다". 삼성은 이승엽, 최형우의 계보를 이을 좌타 거포를 발굴해야 한다. 입단 당시 '방망이 능력 만큼은 타고 났다'는 찬사를 받았던 문선엽이 삼성의 좌타 거포 계보를 잇는 재목이 될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