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강습회 열기가 보여준 야구 기록의 매력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6.02.22 13: 57

유격수 땅볼은 '6-3', 좌익수 뜬공은 'F7'. 포수 실책은 'E2'.
야구는 글자와 숫자로 거의 대부분의 경기를 재연해낼 수 있는 스포츠다. 기록을 알면 야구를 보기가 쉽고, 명경기를 실제와 비슷하게 후대에 전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기록에 푹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 KBO 기록강습회가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매년 열리는 것도 그 까닭이다.
KBO는 1년에 2차례에 걸쳐 기록강습회를 실시하는데 하나는 전문가 과정, 그리고 하나는 초보자들을 위한 기초 과정이다. 전문가 과정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초 과정을 듣고 싶어하는 팬들이 많았지만 지금까지는 여건 상 서울에서만 1년에 1차례씩 열려왔다. 그러나 수요가 점점 많아진 올해 처음으로 부산에서 기록강습회가 열렸다.

부산, 경남, 전남, 광주, 서울에서까지 기록강습회를 듣고 싶어하는 팬들이 몰려 선착순 120명 마감은 15분 만에 마감됐다. 이틀 동안 8명의 기록위원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팬들을 위해 열정적인 강의를 펼쳤다. 기록강습회 마지막에 본 테스트를 통해 일정 점수 이상을 얻은 이들은 수료증도 받게 된다.
이틀 동안 기록 강습을 듣고 실제 경기 영상을 본 팬들은 재미있는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웃고 복잡한 내용이 나오면 카메라로 PPT 자료를 찍어두며 열강에 화답했다. 강의실에 참고자료로 붙여둔 1987년 최동원-선동렬의 15이닝 맞대결 기록은 가져가고 싶어하는 팬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평소 기록강습회는 사흘인데 반해 부산에서 열린 강의는 이틀이라 시간이 촉박했던 점이 아쉬웠다.
강의를 들은 학생들 모두 기록에 매료돼 있었다. 빈준형 씨는 "기록은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기록지만 봐도 하이라이트처럼 영상이 그려져서 더 재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인 야구 심판을 보고 기록도 하는 이효천 씨는 "야구를 그냥 보는 것보다 집중력 있게 볼 수 있다. 기록을 보면 투수, 타자의 특징이 보이고 전 타석 결과 같은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다"고 기록의 매력을 밝혔다.
김제원 기록위원장은 "처음 열리는 지방 기록강습회임에도 15분 만에 선착순 신청이 마감돼 놀랐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다른 도시에서도 기록강습회를 열 예정이다. 쉽지 않은 준비였는데 기록위원들이 모두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지방 기록강습회를 연 의의를 전했다.
야구를 힘들게 공부하며 즐겨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조금만 더 눈을 넓히면 새로운 야구의 세계가 있다. 기록위원들 모두 이 매력을 전파하기 위해 밤을 새우며 강의를 준비하고 일년에 몇 번 입지 않던 양복을 입었다. 학생들 역시 기록 테스트 3시간을 꽉 채워 기록지를 작성하는 열의를 보이며 야구 기록의 세계에 빠진 이틀을 마무리했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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