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벌일 '세기의 대결'에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세돌 9단은 22일 한국기원과 구글이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대국장에서 가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프레스 브리핑’에서 알파고와의 대국을 승락한 이유에 대해 "알파고가 궁금했다. 대국을 결정하는데 5분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특히 이세돌 9단은 "이번 알파고와의 대국은 승패를 떠나 인공지능의 출발점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에 내가 선택받아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판후이 2단과의 승부를 봤지만 그 때는 나와 논할 기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어 그 때보다 실력이 올라왔을 것으로 본다"는 이세돌 9단은 "방심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시간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우세할 것으로 본다. 3-2 승부는 아닐 것이다. 한판을 지느냐 아니면 다 이기느냐. 5-0이냐, 4-1이냐 정도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9단은 "승부를 떠나 이번 대국이 다른 분야에도 많이 적용될 것이라 보고 있다"고 긍정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날 브리핑은 한국 서울과 영국 런던의 이원생중계로 이뤄졌다.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와 이세돌 9단이 참석했으며,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화상 연결을 통해 대국 장소 및 시간, 대국 규칙, 생중계 방식 등 대국 진행과 관련된 상세 내용을 공개했다.
하사비스 CEO에 따르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은 오는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총 5회 대국으로, (접바둑이 아닌) 호선으로 진행된다. 대국 전 경기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마련된 특별 대국장에서 진행된다. 모든 대국은 오후 1시에 시작되며 11일과 14일은 휴식을 취한다.
이 챌린지 우승자에게는 미화 100만 달러의 상금이 주어지며, 알파고가 승리하는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UNICEF)와 STEM(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이번 대국은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또한 시간 규정에 있어서는 두 기사가 각각 2시간의 제한 시간을 갖게 되며, 2시간을 모두 사용한 이후에는 1분 초읽기 3회씩이 주어져 각 대국 시간은 4~5시간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의 전 경기는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또한 국내에서는 바둑 TV를 통해,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TV를 통해 중계될 예정이다.
이번 챌린지 전 경기는 영어와 한국어 공식 해설이 각각 진행된다. 영어 해설은 500번의 프로 대국에서 승리하며 서양인 중 유일하게 프로 9단을 획득한 마이클 레드먼드(Michael Redmond) 9단이 담당하며, 한국어 해설은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기록한 현 국가대표팀 감독 유창혁 9단을 비롯하여 김성룡 9단, 송태곤 9단, 이현욱 8단이 순차적으로 담당한다.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는 “이번 대결은 인간과 기계가 지능을 겨루는 첫 무대인 만큼 전 인류적인 관심사다. 이런 역사적인 무대가 바둑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번만큼은 이세돌 9단이 이겨서 인간의 뛰어난 지성을 보여주고 바둑이 지닌 신비함을 남겨두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세돌 9단과의 일문일답.
▲ 알파고를 상대로 어떻게 준비 중인가. 최소한 이번 대국은 이길 자신은 있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 특별한 준비를 하기는 어렵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그리고 시간적인 한계가 있다. 지난 10월 알파고의 대국은 대결을 논할 정도는 아니다. 그동안 많이 업데이트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만 그동안 주어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계속 발전한다고 보면 나중이 되면 정말 알 수 없는 승부가 되지 않겠나 싶다. 이번 대국은 인간과 대국이 아니라 어렵다. 그런 걸 준비하기 위해 평소 자기전 1~2시간 가량 가상으로 두고 있다.
▲ 컴퓨터와 대결한고 했다. 딥마인드랑 수준차 날텐데? 알파고는 몇단이라 생각하나?
-알파고 대국을 몇판 더 봤다. 거기에 맞춰 가상 훈련을 하고 있다. 지금 알파고의 기력은 선치수 정도 왔다갔다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이세돌 9단은 알파고를 조금 낮은 수준으로 봤다)
▲ 경기결과에 따라 경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데 설득이 어려웠나.
-솔직히 말하면 설득 같은 그런 건 없었다. 솔직히 알파고가 궁금했다. 그렇게 결정하는데 오래 안걸렸다. 5분 정도 생각했을까. 설득 기회를 주지 못했다.(웃음)
▲ 대국 환경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지만 인공지능 발전한다면 나중에는 중요해지지 않을까.
-맞다. 이번에는 자신이 있어서 그런 부분까지 신경쓰지 않았다. 정말로 제대로 된 승부라고 다가온다면 그런걸 신경 많이 쓰고 준비할 것이다. 이번에는 그렇게 많이 신경쓰지 않았다.(이에 구글측은 자연광 많이 들어오는 포시즌스 호텔의 좋은 방으로 마련했다. 최대한 인간 기사들끼리 대결하는, 절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대국되도록 마련했다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