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토크] 노경은에게 아픔 준 투심, 날개가 되어줄까?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2.23 05: 57

지난 시즌과 달리 순조로운 스프링캠프
투심 패스트볼 활용 여부 관심
 1년 전 이맘때 노경은(32, 두산 베어스)은 턱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해 마음이 더 아팠다.

몸과 마음 모두 고생 많았던 시즌을 한국시리즈 호투와 우승으로 마무리한 그는 현재 팀의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에 함께하고 있다. 1년 전 턱 골절상을 입고 몸무게가 82kg까지 빠졌으나 지금은 92~93kg을 오갈 정도다. “아직 뚜껑을 열지 않아 초조하다”고 했지만 실의에 빠져 있던 지난해 이맘때에 비하면 천국이다.
지금도 노경은은 그때 생각을 가끔 한다. 그는 “호주에 있을 때도 (1차 캠프가) 끝날 때쯤 (부상을 당한지) 1년이 됐구나 생각했다. 정말 많은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부상이 닥치니 모든 게 다 산산 조각났다”고 말하며 그때를 회상했다.
그는 당시 사건을 ‘회사에서 해고당한 기분’에 비유했다. “분명 이 팀 소속인데 소외된 기분이었다. 그 기분은 당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1년 전을 생각하며 자나 깨나 조심하고 있다. 지금도 운동할 때 부상 요소가 있는 곳을 항상 확인한다”는 것이 노경은의 설명.
전성기를 구가하던 2012~2013년 노경은은 150km에 달하는 포심 패스트볼과 함께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그리고 투심 패스트볼까지 모두 수준급인 최정상급 선발투수였다. 투심으로 기록됐던 그 구종은 조금 특이했다. 포심에 비해 공 끝 변화가 심한 투심의 움직임를 보이는 공이었으나, 실제로는 실밥이 아닌 실밥 안쪽의 흰 부분에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놓고 던지는 ‘무심 패스트볼’이었다.
포심보다 조금 느린 공을 선택해도 140km대 중반을 넘기는 힘을 지녔던 노경은이었기에 이 투심(무심)을 유용하게 썼다. 마치 다른 투수의 포심과 같은 구속을 보이면서도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공 끝이 급격히 꺾이며 묵직하게 들어와 타자들은 더 대처하기 힘들었다. 현재 페이스가 좋은 노경은은 “구위가 좋아지면 다시 투심을 던져야 하는지도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구위가 좋아지면 다른 투수의 포심급 구속을 갖춘 투심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고민이라 할 만한 이유도 있었다. 이 공이 1년 전 아픔을 가져다준 공이었기 때문이다. “(김)현수한테 던진 공이 투심이었고, (최)형우 형한테 던진 것도 투심이었다”라고 말할 때 노경은의 표정은 그 순간을 떠올리듯 잠시 굳었다.
2015년 2월 14일(한국시간). 1차 스프링캠프지였던 애리조나에서 라이브 피칭을 실시하던 노경은은 그날 한 번도 던지지 않았던 투심을 처음 던졌다. 그 공은 김현수의 방망이에 실려 안면으로 날아왔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복귀 후 6월 17일에 최형우에게 던진 공은 역전 끝내기 3점홈런이라는 뼈아픈 결과로 돌아왔다. 그때도 투심이었다. 그리고 6일 후 어머니를 여의었다. 지난해 노경은에게 투심이란 공은 아픔이자 눈물이었다.
그런 그가 투심을 다시 승부구로 장착한다는 것은 구위 회복은 물론 육체적, 정신적으로 자신을 힘들게 했던 일들을 모두 털어낸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2016 시즌 노경은의 주 무기가 어떤 공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게 투심이라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할 확률이 늘어난다. 좋았던 때의 모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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