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리그서 맹타, '장타+준족' 과시
"지금이 한국시리즈" 만족은 없다
쳤다 하면 장타다. 달렸다 하면 3루다. 오키나와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이만한 타격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SK 내야의 신성 유서준(21)의 이야기다. 그냥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철저한 준비, 그리고 독한 각오가 유서준의 경력을 활짝 열고 있다.

유서준은 SK의 오키나와 2차 전지훈련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야수다. 연습경기의 절반을 소화한 가운데, 현재까지는 야수 MVP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용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유서준의 이야기만 나오면 다들 얼굴이 활짝 핀다. 그만큼 타격감에 물이 올랐다. 지금 페이스라면 개막 27인 엔트리 승선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나는 힘이 아주 좋아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는 유형의 타자는 아니다. 나가서 휘저어야 하는 스타일이다. 도루 시도도 해보고, 실패하면서 뭔가 보완점을 찾고 싶은데 상황이 잘 오지 않는다”라는 유서준의 투정 아닌 투정에서 장타력을 실감할 수 있다. 홈런 한 방, 3루타 2개를 때렸다. 역설적으로 장타력이 도루 시도의 기회 자체를 봉쇄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싫은 표정은 아니다. 얼굴에는 자신감이 부쩍 붙었다.
지난해 1군에 데뷔한 유서준은 독한 각오로 겨울을 났다. 1군 진입 자체로 만족할 수 없는 시즌이었다. 힘과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했다. 6~7㎏을 불렸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달리며 몸을 만들었다. 그 결과 체격이 몰라보게 단단해졌다. 유서준은 최근 활약에 대해 “아직은 말 그대로 준비하는 단계”라면서도 “비시즌에 잘 준비한 것이 지금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연습경기 성적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유서준도 이를 인정한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가슴에 품고 있는 자신감의 크기다. 유서준은 성적만큼이나 이런 부분에서 부쩍 성장했다. 유서준은 “작년, 재작년에 비해 스스로 좋아진 것을 확실하게 느낀다.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조금은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경험은 확실히 선배님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많이 배워야 한다”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유서준이지만 그 패기는 선배들을 위협할 정도로 거세게 성장했다.
어떤 이들은 “초반에 너무 잘하다 후반에 못하면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차피 경기력에는 기복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 주기를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신인이라면 더 그렇다. 그렇다면 불안한 점은 없을까. 이에 대해 유서준은 단칼에 고개를 젓는다. 성적이 자신감을 부르고, 자신감이 더 좋은 성적을 부른다는 자신의 확고한 지론을 가지고 있어서다.
유서준은 “간혹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난 야구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내 스타일이 그렇다. 자신감 있게 치려고 하고, 초구부터 돌려보기도 한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게 오히려 안심이 되고, 잘했던 기억이 있으니 못할 때 지금을 되돌아보며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요즘 20대 초반 선수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두둑한 배짱이다.
쉬어갈 생각도, 여유도 없다. 스스로에게 든 채찍은 아직 두 손에 움켜쥐고 있다. 여유를 부리고 성과에 안주하는 순간 끝이라는 생각이다. 유서준은 “나는 어쨌든 백업 선수다. 나같은 선수는 지금 시기에 어떠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안 된다. 1군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절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남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도 전력질주를 다짐했다. 유서준은 “나에게는 지금이 한국시리즈다”라고 힘줘 말했다. 어쩌면 유서준은, 시즌 내내 한국시리즈를 벌일 준비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