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캠프 최고 페이스 과시
묵직함+변화구 장착, 1군 풀타임 청신호
2014년 SK의 스프링캠프 최우수선수(MVP)는 전혀 의외의 이름이었다. 인하대를 졸업하고 2014년 SK의 2차 3라운드(전체 33순위) 지명을 받은 사이드암 박민호(24)의 이름이 호명됐다. 많은 이들이 적잖이 놀란 그림이었다.

활약이 좋았다. 거침없이 공을 던지며 ‘좋은 재목’이라는 칭찬을 도맡았다. 6⅓이닝 동안 피안타는 단 3개, 실점은 하나도 없었다. 가장 돋보이는 성적으로 응당 MVP의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기세는 거기까지였다. 다른 신인들이 모두 경험하는 프로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4년 1군 무대에 17경기 등판해 2승3패 평균자책점 5.46에 그쳤다. 봄에 한껏 부풀었던 기대감은 여름을 넘기지 못했다.
그런 박민호는 2년 전을 떠올린다. 공교롭게도 올해 상황이 당시와 흡사하다. 박민호는 올해 SK의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돋보이는 투수다. 오키나와 연습경기 4경기에서 5이닝을 던져 단 하나의 실점도 하지 않았다. 완벽한 페이스로 투수 MVP에 가장 근접해가고 있다.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도 좋다. 특유의 묵직한 공에 타자들은 공을 좀처럼 외야로 보내지 못하고 있다.
김원형 SK 투수코치는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워낙 공이 묵직하고 구질이 조금 지저분한 장점도 있다. 빠른 공을 잘 활용하고, 들쑥날쑥한 면을 조금 줄일 수 있다면 앞으로도 좋은 투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격려한다. 하지만 정작 박민호는 주위의 호평에도 담담하다. 박민호는 “2014년에도 무실점으로 MVP를 받았다. 아무래도 결과가 좋다보니 주위에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듯 하다”라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당시의 실패에서 많이 배운 박민호다. 박민호는 “그 기세가 언제까지 갈까, 이 실력이 과연 내 진짜 실력일까라는 생각을 했었다”라고 고백했다.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심장은 점점 작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시즌에 들어가서는 냉정한 현실과 마주했다. 박민호는 “솔직히 던질 구종이 빠른 공밖에 없었다. 그 외에는 던질 게 없었다”라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야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자신이 작아보였던 아픈 기억이다.
알을 깨기 위해서는 노력 외에는 답이 없었다. 가고시마 캠프부터 커브와 체인지업을 연마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이번 캠프에도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리고 들어왔다. 철저하게 그에 맞춰 움직였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달라진 점도 점차 실감하고 있다. 박민호는 “신인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싸울 무기가 조금 늘어났다. 구속에 집착하기보다는 제구에 더 신경을 쓴다”라고 설명했다.
5이닝 무실점에 대해 “맞을 거면 진작 맞았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 여기서 맞으면 마지막이 안 좋게 끝날 수 있어 걱정된다”라고 크게 웃는 박민호다. 그러나 어쨌든 오키나와 캠프 성적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박민호는 “지금은 결과가 좋지만 결과를 의식하고 던지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맞으면 맞는 대로 보완점이 나올 것이다. 정규시즌에 잘 던져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박민호의 올해 목표는 1군 풀타임이다. 가고시마 특별캠프 당시 김용희 감독에게 제출한 ‘올 시즌 계획서’에도 그러한 목표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박민호는 “1년을 뛰면 좋은 경기도, 나쁜 경기도 있다. (박)종훈이와 같은 동기들은 이를 그라운드에서 경험했지만 나는 그 경기를 TV로 봤다. 그래서 난 그런 경험을 공유하지 못했다”라면서 “올해는 같이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한 시즌을 보내보고 싶다”고 올 시즌 각오를 드러냈다. 돌을 던진다는 주위의 평가에 “쇠를 던져야 한다”라고 맞받아치는 각오에서 그 가능성은 충분히 엿볼 수 있다.
2016년 프리뷰
워낙 무거운 공을 던지고, 포심이 자연 싱커성으로 휘는 특징까지 가지고 있다. 제구만 잘 된다면 공략하기 까다로운 투수다. 그리고 그 제구가 계속해서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신의 기량만 다 보여준다면 팀 내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는 매우 크다. SK는 사이드암 불펜 전력이 약하다. 그런 상황에서 박민호는 가장 눈에 띄는 출발이다. 2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2014년 17경기, 2015년 20경기 출전에 그쳤던 아쉬움을 한 번에 지울 수도 있다. 관건은 제구와 밸런스의 안정성. 아직은 좀 더 검증받아야 하는 부분이 남아있지만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5선발 후보로서의 신분 격상이 이를 증명한다. 오키나와 캠프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올 시즌 팀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도 적지는 않아 보인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