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양키스·보스턴 등 명문 팀과 승부, 즐거워”
“잠실구장에서 고생한 게 나를 발전시켰다”
‘타격 머신’ 김현수(28,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새로운 도전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김현수는 현지 언론의 높은 전망에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즐겁게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애드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김현수를 만나 3주간의 미국생활과 실전을 앞둔 각오를 들었다.

볼티모어는 이날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 전원이 모였다. 본격적으로 야수조 훈련이 시작되지는 않았으나, 김현수는 수비훈련과 타격훈련을 소화했다. 수비훈련은 코칭스태프의 개인지도로 이뤄졌고, 타격훈련에선 ‘거포’ 크리스 데이비스와 한 조를 이뤘다. 훈련 중간에는 쇼월터 감독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훈련을 마친 후 김현수와 일문일답.
플로리다에 온지 3주 정도 지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고, 현재 페이스는 어떤가?
▲“개인운동에 집중하며 지내고 있다.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는 모르겠다. 아직 야수조 정식 스케줄이 시작되지 않았다. 일단 많이 치고는 있다. 구단이나 코칭스태프로부터 특별한 지시를 받은 게 없다. 천천히 하라고만 한다. 말 그대로 트레이닝을 하는 것 같다. 다른 선수와 페이스를 비교하면 내가 오히려 빠른 것 같다.”
그래도 다음 주면 시범경기가 시작된다. 시범경기 출장과 관련해 쇼월터 감독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없나?
▲“여기 와서 오늘 처음으로 감독님과 이야기했다. 아직 감독님께서 어느 경기에 맞춰서 준비하라는 이야기는 안 하셨다. 감독님이 내보내만 주시면 다 나갈 것 같다. 경기에 많이 나가는 걸 좋아하는 만큼, 시범경기라도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나가고 싶다. 감독님께서는 ‘여기에 적응하려고 하려고 하지 말아라. 우리가 맞춰주겠다. 원하는 게 있으면 다 해주겠다. 그리고 아담 존스가 많이 도와줄 것이다’고 하셨다.”
메이저리그 생활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아담 존스도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지금까지는 재미있다. 시즌 들어가면 재미없는 일도 있겠지만. 동료들 모두 앞으로 재미있고 잘 될 것이라고 한다. 아담 존스는 한국 팀의 주장 같은 느낌이다. 여기 왔을 때부터 가장 많이 도와주고 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 신경 쓰면서 하는 게 느껴진다. 리더의 느낌이 확실히 든다.”
현지 언론에선 김현수 선수에게 강한 2번 타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코치연수를 시작하는 최희섭 코치도 쇼월터 감독에게 ‘김현수는 적응도 잘 하고 약점이 없다’고 했다더라.
▲“타순은 감독님 권한이다. 지금은 타순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경기에 나가는 게 중요하다.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연습하며 준비 잘 하려고 한다. 나에 대한 전망이 너무 좋아서 부담도 조금 느낀다. 사실 내가 적응을 잘 하는 것 보다는 외국인투수들이 공격적이라 내 성향과 잘 맞아 떨어진 것이다. 물론 메이저리그 투수들도 내게 공격적으로 들어올 것이다. 내가 공격적인 타격을 해서 공격적인 투수와 잘 맞은 건데 그게 적응을 잘한다는 이미지로 구축된 거 같다.”
개막전 상대가 박병호 선수가 속한 미네소타다. 개막전이 다가오면 상대 투수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도 할 것 같은데.
▲“일단 우리 팀이 이기는 데 집중할 것이다. 병호형과 나의 대결이 아닌 우리와 미네소타의 대결이라고 생각한다. 병호형이 잘하고 나도 잘하고 승리는 우리 팀이 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아직 개막전에 대한 준비를 하지는 않고 있다. 시범경기를 하면서 준비하려고 한다. 투수를 상대하는 데 있어 일찍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경기에 들어가서 덕아웃에서 타이밍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두는 편이다.”
개막전 이후에는 같은 디비전인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와 자주 맞붙는다. 양키스와 보스턴은 김현수 선수가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팀들로 알고 있다.
▲“이런 팀들과 자주 붙게 돼 즐겁다. 부담도 되겠지만 내가 잘 아는 팀들과 붙으니까 좋은 점도 있을 것 같다. 예전에도 데이비드 프라이스 선수와 붙고 싶다고 했었는데 때마침 프라이스 선수가 보스턴에 왔다. 앞으로 자주 붙게 되어 기분이 좋다.”
프라이스 외에도 굉장한 공을 던지는 메이저리그 투수들과 맞붙게 된다. 타격 메카닉에 변화를 줄 생각이 있나?
▲“매년 타격시 다리를 낮추곤 했다. 이제 다리를 더 낮게 들 수는 없다고 본다. 하체보다는 다른 쪽에서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준비 동작을 더 짧게 하는 수준의 변화는 줄 듯하다.”
KBO리그에선 투수 친화구장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했다. 메이저리그에 와선 타자 친화구장인 캠든야즈가 홈구장이 됐다. 타자 친화구장을 쓰게 된 마음이 어떤가?
▲“캠든야즈가 작긴 작다. 하지만 구장의 도움은 크게 없을 것 같다. 나는 잠실구장에서 실패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잠실구장에서 고생하고 고민한 게 나를 발전시키고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줬다. 잠실구장을 써서 내가 손해 봤다는 시선도 있지만, 잠실을 쓰면서 매년 뭐가 안 됐고 뭐가 잘 됐는지 돌아보고 도전했다. 실패한 경험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도전까지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한편 볼티모어는 오는 25일부터 풀스쿼드로 훈련을 시작한다. 이후 3월 2일 애틀란타 브레이브전을 시작으로 시범경기에 들어간다. / drjose7@osen.co.kr

[사진] 사라소타(플로리다) =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