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갖고 있는 것 그대로 밀어붙이면 돼”
“이대호 MLB도전 응원...도전 안되도 ‘실패’ 아니다”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그 타자 최희섭(37)이 플로리다에서 코치 연수를 시작했다. 최희섭은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볼티모어 오리올스 스프링 트레이닝 시설을 찾아 김현수를 비롯한 지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최희섭에게 과거 메이저리그 생활을 묻고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먼저 최희섭은 자신에게 이런 기회를 준 KIA 구단에 고마움을 표했다. 최희섭은 “KIA 구단에 정말 감사드린다. KIA 구단에서 나를 위해 큰 결정을 내려주셨다. 이렇게 미국에서 코치연수를 하게 된 나는 정말 행운아다”며 “여기 오니까 예전에 미국에서 뛸 때 감독님 코치님 동료들이 다 있다.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기분이 좋다. 선수 때는 여기서 개막전 로스터에 들기 위해 정신없었는데 지금은 다른 느낌이 든다. 지도자 위치에서 보려니까 확실히 다르다”고 웃었다.
이어 최희섭은 마이너리그부터 메이저리그까지 올라왔던 과거를 돌아봤다. 최희섭은 “솔직히 나는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지도자들과 동료들을 만나서 메이저리그까지는 어려움 없이 올라갔던 것 같다. 유망주로 메이저리그에 입단해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힘든 적도 있었지만, 컵스 구단에서 신경도 많이 써줬다. 앞으로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지도하면 옛날 생각이 더 많인 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에 대한 전망을 부탁하자 “야구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아까 현수와 이야기해보니 현수가 몸도 잘 만들고 준비도 잘 되고 있다고 하더라. 현수는 갖고 있는 것 그대로 밀어붙이면 된다. 투수들의 공이 빠르고 무브먼트도 있으니까 스윙만 좀 더 간결하게 하면 될 것이다. 이곳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잘 챙겨주시니 잘 할 것이다. 팀 환경도 좋다. 자기 몸 관리 잘 하고 융화 잘 하면 된다. 좋은 성적 낼 것이다. 쇼월터 감독님에게도 ‘현수는 약점이 없는 타자’라고 했다”고 김현수의 성공을 확신했다.
그러면서 최희섭은 앞으로도 한국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계속될 것으로 바라봤다. 최희섭은 “국제대회로 인해 우리나라 타자들의 평가가 많이 올라갔다. 작년에 (강)정호를 통해 입증도 됐다. 나는 이번에 메이저리그에 입단한 선수들 모두 올만한 선수들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도전할만한 선수들이 많다”며 “아까 댄 듀켓 단장님이 추천 좀 해달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각 팀에 한 명씩은 있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 정도의 성적을 낸다면 누구든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다. 도전이 계속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최희섭은 미국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부분의 한국선수들이 고등학교나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KBO리그에서 활약해서 FA가 된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있다.
최희섭에게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게 낫냐고 질문하자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일단 한국야구도 예전보다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마이너리그에서 고생을 감수할 수 있다면 고교졸업 후 미국에 오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은 FA로 오는 게 좋다고 본다. FA로 오면 팀에서 더 대우해준다. 팀에서 먼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답했다.
덧붙여 최희섭은 한국 선수들의 도전정신을 높게 평가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고전하거나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한 것을 ‘실패’라고 평가하는 시선에 아쉬움을 보였다. 최희섭은 “많은 이들이 메이저리그에서 고전하거나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면 실패했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모든 야구 선수들의 꿈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이다. 도전해서 안 됐다고 실패라고만 생각하는 게 안타깝다”며 “그런 면에서 나는 이대호를 정말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정말 꿈을 바라보고 도전을 택했다. 대호의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희섭은 “배우기 위해 이곳에 왔다. 선수의 눈과 지도자의 눈은 또 다를 것이라 본다.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많으니까 일단 미국 야구쪽으로 하나씩 쌓아갈 생각이다. 이제 시작이다. 공부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싶다”고 코치로서 첫 발을 딛는 각오를 전했다.
한편 최희섭은 25일부터 볼티모어 트리플A 구단에서 코치 연수를 시작한다. 오는 6월까지 미국에서 머물며, 미네소타 구단 마이너리그 팀에서도 연수를 이어갈 계획이다. / drjose7@osen.co.kr
[사진] 사라소타(플로리다) =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