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스토리] “너무 추워요” 야구 괴롭히는 오키나와 한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2.25 06: 14

“근래 들어서는 가장 추운 2월 날씨다. 올해만의 이상 기온인지, 앞으로도 이런 날씨가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일본 최남단인 오키나와는 연중 무난한 날씨로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소다. 우리는 한겨울인 1월에도 섭씨 10도 이상의 날씨가 이어진다. 2월 중순 이후부터는 ‘따뜻함’을 실감할 수 있는 온도가 된다. 한국과 일본 프로팀들이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날씨 덕이다. 오키나와도 매년 이맘때가 되면 프로스포츠단 유치로 지역경제가 크게 산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 한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날씨가 좋지 않다. 대다수의 관계자들이 “예년에 비하면 너무 춥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경완 SK 배터리코치는 “오키나와에 계속 오고 있지만 올해처럼 추운 날씨는 처음인 것 같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 지난 15일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경기는 체감온도가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에 버금갔다는 ‘무용담’까지 나온다. 오키나와의 상황이 이런데, 북쪽에 위치한 미야자키나 가고시마의 날씨 상황은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

기온은 대개 섭씨 13~18도 정도다. 낮에도 기온이 크게 오르지는 않는다. 여기에 해가 쨍쨍하게 뜬 날이 거의 없다. 오히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섬 특성의 바람까지 강하게 부니 선수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더 낮을 수밖에 없다. 한 선수는 “나가서 뛸 때는 그나마 괜찮다. 그런데 덕아웃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라고 이야기했다. 매년 이맘때 옷장에서 나왔던 반팔이나 선글라스는 전혀 필요가 없다.
야구단도 괴롭다. 따뜻한 오키나와에서 한껏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한국에 갈 계획이었지만 이런 날씨 탓에 효율성이 극대화되지 않고 있다. 정규시즌 준비에 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적지만, 야간 훈련 시간이 다소 줄어든 팀도 있다. 여기에 비로 연습경기 일정이 취소되는 경우 또한 나오고 있다. 각 팀들도 보통 1~2경기는 이런 상황으로 취소될 것을 상정하지만, 잔뜩 흐린 날씨는 앞으로의 일정에 우려를 키우고 있다.
감기 때문에 고생한 팀도 있다. 한화가 그랬다. 일본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나고구장에 홈 베이스를 차린 니혼햄도 독감 환자가 속출했다. 니혼햄 관계자는 24일 “환자가 6명까지 늘었고 해당 선수들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치료하고 있다”라면서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은 본진에 앞서 귀국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히로시마 관계자도 “오키나와 날씨가 예년에 비해 좋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각 팀들은 선수단 몸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명이라도 감기에 걸리면 단체 생활의 환경상 크게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기태 KIA 감독은 “지난해 선수단 전원이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다.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면서 트레이너들에게 꼼꼼한 관리를 당부했다. 이제 일정이 열흘도 남지 않은 오키나와 날씨가 각 팀들에 계속된 심술을 부릴지, 감춰놨던 해를 보여줄지 관심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