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RX 450h의 반전, ‘마녀’와 ‘숙녀’...종종 ‘뉴 제너레이션’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6.02.25 09: 40

짙은 화장에 늘씬한 몸매, 감각적인 패션 스타일에 화려한 액세서리까지. 이런 ‘엣지 있는’ 도회 여인을 만나면 뭇 남성들은 주눅이 들기 마련이다. 곡절 끝에 몇 마디 말을 나누게 됐는데, 어라 속이 깊고 순진하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가사에 나오는 ‘반전 있는 여자’다. 싸이는 ‘그런 반전 있는 여자’를 두고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외쳤다. 단지 ‘반전’이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것은 아닐 터다. 원래 매력이 있었는데 반전까지 있으니 더 매력적이다는 역설이다.
토요타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가 ‘2016 뉴 제너레이션 RX’ 4세대 모델에 대한 국내 시판에 들어갔다. RX는 1998년 1세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226만대 이상이 팔려나간 스테디셀러다. 4세대 RX에 쏠린 관심과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는 그래서 자연스럽다. 
최근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미디어 관계자들을 상대로 서울 잠실에서 경기도 가평을 다녀오는 시승행사를 가졌다. 출시는 2개 모델이었지만 시승은 RX 450h로만 이뤄졌다. ‘2016 뉴 제너레이션 RX’는 가솔린 모델인 RX300과 하이브리드 모델인 RX450h가 있는데 한국토요타의 손길은 은연중에 RX450h에 집중 돼 있었다. 토요타와 렉서스 브랜드가 고집스럽게 추구하고 있는 친환경 미래자동차의 향방이 어디에 있는 지 또 한번 확인했다. 

시승행사 바로 며칠 전 열린 출시 이벤트를 통해 외관은 이미 공개가 됐다. ‘파격’이라는 말이 선선히 나올 정도로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이다. 직전 세대 모델의 헤리티지보다는 렉서스의 새로운 SUV 디자인 콘셉트를 철저히 따랐다. 렉서스는 재작년부터 국내에 도입 된 ‘NX’ 시리즈에 이미 새로운 SUV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뉴 제너레이션 RX450h’는 이전 모델과 외형에서는 ‘전혀 다른 차’가 돼 있었다. 렉서스는 그 배경을 두고 “‘2016 뉴 제너레이션 RX’의 개발 콘셉트가 ‘RX이면서 RX를 뛰어 넘는다’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포스트모던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뉴 제너레이션 RX450h’는 출범했고 RX를 기다렸던 이들은 ‘너무 앞서 간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10여 년을 함께 한 아내가 갑자기 성형수술을 하고 나타난 느낌이랄까? 그러나, 파격적 디자인이 준 ‘낯섦’은 운전석에 앉는 순간 싹 사라졌다. 날카로운 외관처럼 속은 배타적이지 않았다. 주드 로가 출연하는 렉서스의 광고 캠페인처럼, 반전이다.
눈이 아닌, 몸이 느끼는 큰 변화는 시트 포지션이었다. 몸이 느낄 정도면 수치상으로 확인 가능한 변화가 있었다는 얘기다. 종전 세대보다 시트가 19mm 낮아졌다. 스티어링 각도도 아래쪽으로 2도 더 낮아졌다. 운전자는 시트에 앉는 순간 SUV보다는 세단에 가깝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
그러고 보니 RX 450h가 속한 세그먼트는 정통 SUV가 아니라 크로스오버 유틸리티(CUV)였다. 크로스오버는 두 영역(SUV와 세단)을 넘나드는 범주를 말한다. 그 중에서도 ‘뉴 제너레이션 RX450h’는 점점 더 세단 쪽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4세대 RX의 디자인이 ‘파격’을 선뜻 선택한 것도 이해가 됐다. 그들은 뉴 제너레이션 RX의 가치를 도회지에서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추고 있었다. 비즈니스와 휴식을 동시에 충족시키되 외부 디자인은 세련됨이 대우받는 도심 속 비즈니스 라이프에, 인테리어 디자인은 편안한 휴식에 방점이 가 있었다. 상반된 가치를 모두 추구하기 위해서는 3세대 대비 커진 체구(전장 120mm, 전폭 10mm, 전고 20mm, 휠베이스는 50mm 확대)가 필요했다.
드라이빙 감성도 세단의 그것을 많이 따랐다. 좌우 서스펜션은 전 세대 보다 확실히 딴딴해진 느낌이 있지만 상하 반응은 렉서스 브랜드의 다른 세단처럼 부드럽다. SUV의 강렬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스포츠 모드’를 선택해야 했다.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를 적용했더니 그제야 달리는 맛이 살아났다.
운전 모드에 따른 다양한 변신은 토요타-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차량의 미덕을 그대로 따랐다. 시속 40km 이하에서 작용하는 전면 EV모드는 버선발에 뒤꿈치까지 들고 걷는 요조숙녀를 연상케하고, 에코 모드는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아는 합리적인 비즈니스맨을 떠올렸다. 또한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스포츠 모드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즐길 줄 아는 ‘뉴 제너레이션’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 구동기를 함께 쓰면서 최대치의 출력을 뽑아낸다. 사실 V6 3,500cc 가솔린 엔진만 해도 충분히 고배기량이다. 저음의 묵직한 엔진음이 가속을 할 때마다 따라 다닌다. 고배기량 엔진과 결합 된 전기 모터는 차량 바닥으로 알 듯 모를 듯한 구동음을 낸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세한 진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묵직한 엔진음과 엉덩이에 전해지는 구동음은 민감한 운전자에겐 신경을 자극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대개의 하이브리는 연료 효율이 최고의 미덕이지만 RX 450h는 좀 다르다. 효율도 효율이지만 퍼포먼스를 지원하는 의미도 크다. 가솔린 출력 262마력(6,000rpm)에 총 시스템 출력은 313마력이나 된다. 최대토크는 4,600rpm에서 34.2kg.m를 낸다.
효율보다는 출력에 무게가 있다 보니 연비는 뛰어난 편은 아니다. 공인 복합연비가 12.8km/l이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리터당 8~9km 정도가 기록 됐다. 스포츠모드를 많이 쓰긴 했다. 가솔린 모델인 RX350은 복합연비가 8.9km/l다. 이와 비교하면 RX 450h의 하이브리드 효과가 있긴 있는 셈이다.
렉서스는 연비 향상을 위해 렉서스의 첨단 직분사 기술인 D-4S를 RX 최초로 이번 세대에 적용했다고 한다. D-4S는 아이들링∙감속시에는 주로 포트분사를 사용하고, 퍼포먼스 주행시에는 직분사를 사용한다. 이 방식은 출력과 연비를 높이고 배기가스를 줄여주는 효과를 낸다고 돼 있다.
스타일리시한 ‘도심형 CUV’라는 방향성은 트렁크 자동 개폐 기능에서도 드러난다. SUV 차량에서 흔히 쓰이는 뒷문 자동 개폐 기능은 대개 뒷문 아래쪽에 센서를 배치한다. 양손에 짐을 든 채 차량 하부로 다리를 뻗어 센서에 신호를 보내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그런데 렉서스 RX는 뒷 문에 있는 렉서스 엠블럼을 터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손으로 센서를 터치해도 되고 손에 물건을 들었을 때는 팔꿈치나 어깨를 써도 된다. 일반적인 경향 대신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한 이유가 “세련 되게 차려 입은 여인이 뒷문을 열기 위해 차량 하부로 다리를 뻗는 모습이 볼썽사납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터치 방식이 정전식이기 때문에 가죽 옷을 입었더니 센서가 감지하지 못했다.
좌우 사이드 미러를 A필러와 분리해 배치한 디자인은 확실히 개방감에 도움을 줬다. 좌우 회전시 A필러와 사이드미러가 종종 의외의 사각지대를 형성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 이유로 이 디자인은 의미가 있어 보였다. C필러가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 ‘플로팅 루프 디자인’은 역동적인 옆선 실루엣을 만드는데 효과적이었다. 
뉴 제러레이션 RX의 국내 판매가격은 RX450h Supreme(표준형) 7,610만 원, Executive(고급형) 8,600만 원, F Sport 8,600만 원이고 가솔린 모델인 RX350 Executive(고급형)는 8,070만 원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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