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실전 벌써 148km 강속구
아직 80%, 정통파 파이어볼러 기대감
스피드건에는 148㎞의 의미 있는 숫자가 찍혔다. 미트의 둔탁한 소리는 공에 힘이 있음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영일(28, SK)은 ‘아직’이라고 말한다. 정통파 파이어볼러의 출현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정영일은 23일 구니가미 구장에서 열린 니혼햄 2군과의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 4회를 탈삼진 2개를 포함해 무실점으로 막았다. 연습경기 첫 등판이라 실전감각이 바닥에 있어 몸에 힘이 들어가는 부분은 있었다. 그러나 많은 구단 관계자들을 설레게 하는 투구임도 분명했다. 스피드건에는 빠른 공 148㎞, 슬라이더 138㎞가 찍혔다.
빠른 공이 성공의 절대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게 축복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정영일은 축복 받은 어깨를 타고 났다. 고교 시절 전국을 평정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미국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어깨는 여전히 건재하다. 아픈 곳은 없다. 오히려 몇 년간 던지지 않은 것이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정영일은 경기 후 “제구가 조금 되지 않은 부분은 있었는데 첫 경기치고는 괜찮았던 것 같다”라고 총평했다. 구속에 대해서는 “아직 80% 정도의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구속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정영일은 “150㎞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에 “최고 152~153㎞ 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미 그 근처에 가본 적이 있는 정영일이다. 지난해 애리조나 교육리그 당시 빠른 공을 던졌다. 당시 교육리그 투수들을 총괄한 제춘모 투수코치는 “스피드건에 95마일(153㎞)이 찍혔다”라고 떠올렸다. 신체조건이 좋은 정영일은 구속뿐만 아니라 공 끝의 무거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다. 150㎞의 돌을 던질 수 있다면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절실함은 또 다른 힘이다. 미국에서 한 차례 실패를 했었다. 방황의 시간도 꽤 길었다. 다시 출발점에 서는 마음가짐이 즐겁고, 또 비장할 수밖에 없다. 정영일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KBO 리그는 정통파 파이어볼러에 목말라 있다. SK도 마찬가지다. 그 갈증을 풀어줄 인재가 예열을 진행 중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