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암처럼 아주 위험한 일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부의 아이폰 잠금해제 요구는 마치 암과 같다고 표현, 그 위험성을 강조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는 '월드 뉴스 투나잇'에 출연, 데이빗 뮤어와의 인터뷰에서 나선 팀 쿡 CEO의 인터뷰 내용을 사전 공개했다.

팀 쿡 CEO는 이날 저녁 방송될 A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미국연방수사국 FBI이 아이폰의 잠금을 해제해주기 위해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암을 만들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표현했다.
이어 쿡 CEO는 "적어도 우리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볼 때는 암처럼 보이는 소프트웨어 한 조각을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 생각에 이는 나쁜 소식이다. 우리는 결코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위험이 있다. 우리는 그것이 아주 위험한 운영체제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법원은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에서 발생한 무슬림 부부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 애플에 일회성이라는 전제 하에 FBI 총기테러 수사를 위해 스마트폰 잠금해제를 위한 기술을 지원하라고 명령했다.
FBI는 14명을 살해과 22명을 다치게 한 이 테러범 부부가 아이폰(아이폰 5c)을 사용해 교신한 만큼 공범의 존재 여부나 극단주의 세력과의 연계성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휴대폰을 조사하려 했다. 그러나 잠금장치를 풀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폰은 기기가 잠겨 있을 경우 10번 이상 잘못된 비밀번호(4자리)를 누를 경우 모든 자료는 삭제되고 아이폰은 초기화된다.
그러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자사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법원의 명령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쿡 CEO는 "미국 정부는 애플이 고객의 보안을 위협하는 전례없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같은 명령을 반대한다. 이는 당장의 법적 사건을 넘어 더 심각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쿡 CEO는 "지금까지 우리는 FBI를 돕기 위해 우리의 힘과 법률적 테두리 내에서 모든 것을 했다. 하지만 지금 미국 정부는 아이폰에 백도어를 구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도어'는 기업이 정상적인 인증 없이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주로 유지, 보수를 목적으로 하지만 정부 기관이 사용자의 데이터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쿡 CEO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소프트웨어(백도어)를 생성하는 것은 복잡한 문제"라면서 "수억명의 사용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민의 자유를 짓밟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법원이 우리에게 소프트웨어 생성을 요청할 수 있다면 아마 감시 운영체제도 요구하라고 요청할 수도 있지 않겠나. 아마 법 집행을 통해 카메라를 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어디서 멈출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이 나라에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일과 관련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비롯해 순다 피차이 구글 CEO, 잔 코움 왓츠앱 CEO 등 실리콘밸리 유수 기업들은 쿡 CEO의 의견에 동조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쿡 CEO는 FBI에 전적으로 협조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제공했다"는 쿡 CEO는 "이제 휴대폰과 관련한 정보는 더 없다. 정보가 있는지 없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FBI가 모르는지도 모른다"라며 "우리가 아는 것은 폰에 대한 정보를 모두 넘겼다는 것이다. FBI는 수억명의 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추가 정보를 얻으려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쿡 CEO는 ABC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일이 개인 정보 보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번 일은 그저 하나의 휴대폰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관한 것"이라면서 "만약 우리가 휴대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았다면 이미 두 손을 들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럴 수 있었다면 수억명에게 이번 일을 이슈화 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일은 우리 고객들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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