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를 매고 처음 나선 플레이오프는 전과 같지 않았다.
서울 삼성은 25일 안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에게 71-96으로 크게 패했다. 역대 6강 PO 중 1차전을 내주고 4강에 오른 팀은 36회 중 단 2회(5.3%)에 불과했다. 삼성은 어려운 시험대에 놓였다.
현역시절 이상민은 ‘플레이오프의 사나이’였다. 플레이오프 통산 91경기(역대 2위)에 출전한 이상민은 최다 어시스트(500개)와 최다 스틸(132개) 기록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이상민은 플레이오프에서 131개의 3점슛을 성공시켜 1위 조성원(207개)에 이은 2위 기록도 보유 중이다. 이상민은 2000년 3월 17일 SBS를 상대로 한 경기 1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는 신기성이 보유한 16개에 이어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어시스트 공동 2위 대기록이다. 주희정도 15개로 공동 2위 기록을 갖고 있다.
‘선수’ 이상민은 그만큼 눈부셨다. 기록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는 슈퍼스타였다. 이상민은 정규리그 3연패(1998-2000), 챔프전 우승 3회(1998, 1999, 2004), 챔프전 MVP 1회 수상에 빛난다.
‘감독’ 이상민의 플레이오프 경기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어 본 그일지라도 감독으로서 느낌은 달랐으리라. 경기 전 이 감독은 첫 PO 경기에 대해 “기대된다. 그다지 떨리지는 않는다. 챔프전 정도 올라가야 그런 기분이 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슈퍼스타출신다운 발언이었다.
초반 경기는 이상민 감독의 의도대로 풀렸다. 문태영이 1쿼터에만 11점을 터트리며 중심을 잡아줬다. 하지만 이내 그의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임동섭 대신 주전으로 내보낸 이관희는 1쿼터 후반 이상민 감독에게 패스하는 어이없는 실책을 범했다. 2쿼터 이호현을 투입했지만 실책이 쏟아졌다. 설상가상 와이즈는 2쿼터 중반 발목을 다쳤다. 기둥 라틀리프는 찰스 로드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다. 전반전 던진 슛 9개 중 8개를 놓쳤다.

선수시절처럼 본인이 난관을 직접 헤쳐갈 수도 없는 상황. 이상민 감독의 속이 타 들어갔다. 작전시간을 불러 봐도 소용없었다. 가장 중요한 첫 판에서 20점 이상 뒤진 삼성 선수들은 이미 넋이 나간 상태였다. 결국 이상민 감독은 첫 플레이오프서 대패의 쓴맛을 봤다.
아직 시리즈가 끝난 것은 아니다. 삼성은 하루 빨리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 지도자 이상민 감독에게 어느 때보다 큰 역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안양=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