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 감독은 왜 무모할 정도로 전성현을 믿었나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2.26 06: 19

끝까지 자신을 믿어준 스승의 은혜에 제자가 보답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25일 안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서울 삼성을 96-71로 대파했다. 역대 6강 PO 중 1차전을 이긴 팀의 94.7%가 4강에 올랐다. KGC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두 팀은 27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 
가장 큰 변수는 돌아온 전성현이었다. 김승기 KGC 감독은 전성현을 깜짝 선발로 투입했다. 그는 불법스포츠도박 파문을 일으켜 정규시즌 내내 징계를 받았던 슈터다. 김 감독은 “전성현은 비면 들어가는 선수다. 플레이오프서 슛이 터질 것”이라며 무한신뢰를 보였다. 

감독이 중요한 경기서 공백기간이 긴 선수에게 이렇게 기대를 하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전성현이 그 정도로 스타 선수도 아니다. 취재진 사이에서도 ‘KGC가 변칙라인업을 하다 장점마저 잃는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이 나왔다. 
신장이 작은 이정현과 전성현이 동시에 뛰면 약점이 크다. 신장이 좋은 삼성이 몰아붙이면 수비에서 문제가 생긴다. 지역방어를 서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정현이 문태영을 막을 수 있다”며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김 감독의 속내는 따로 있었다. 필요 이상으로 전성현을 언급해 이정현에게 쏠린 삼성의 시선을 전성현 쪽으로 돌리려고 한 것. 김 감독은 “사실은 전성현에게 수비가 쏠려 이정현이 터져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기대를 모은 전성현은 KGC의 첫 슛을 쐈다. 에어볼이 나왔다. 전성현은 두 번째 점프슛을 깨끗하게 꽂으며 슛감각을 찾는 모습이었다. 전성현은 정규시즌 내내 손발을 맞추지 않았다. 박찬희가 전성현에게 내준 패스를 문태영이 가로채 덩크로 연결했다. 전성현이 던진 3점슛은 또 불발됐다.  
문태영은 1쿼터에만 11점을 쏟아내며 수비를 농락했다. 김승기 감독도 이쯤 되면 전성현을 뺄 수밖에 없었다. 히든카드였던 전성현의 선발기용은 일단 실패로 끝이 났다. 이정현은 1쿼터 종료 1분 17초를 남기고 임동섭을 막다 세 번째 반칙을 범했다. 전성현이 다시 코트로 나왔다. 전성현은 이정현의 공백을 잘 메웠다. 3,4쿼터에 그는 12점을 폭발시켜 KGC의 대승에 기여했다.  
경기 후 김승기 감독은 “전성현이 연습을 많이 했다. 손규완 코치와 야간에 틈만 나면 연습했다. 디펜스연습을 계속 시켰다. 찬스가 오니 슛이 들어갔다. 디펜스를 못하면 위축될 수도 있다. 그런 문제는 없었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전성현을 쓰겠다”며 기뻐했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전성현도 감개가 무량했다. 그는 “감독님이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언제든지 책임지겠다고 하셨다. 감독님 지시에 따랐다. 감독님이 자신 있게 쏘라고 했다. 처음에 잡아서 쐈는데 에어볼이 나왔다. (오)세근이 형이 스크린 걸어줄 때니 잡으면 쏘라고 했다. 마리오도 나보고 던지라고 했다. 형들이 다 그렇게 이야기해주니까 믿고 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전성현의 컴백으로 KGC는 더욱 끈끈하게 뭉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출전시간이나 개인득점이 아닌 팀의 승리를 위해 전 선수가 뛰고 있다. 동료들은 정규시즌을 뛰지 못해 연봉을 못 받은 전성현에게 승리수당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이정현은 “성현이가 징계를 받아서 프로선수로 연봉을 못 받아 힘겨웠다. 성현이도 비시즌 같이 고생했다.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희종이 형이 제안했다. 조금씩 모아서 성현이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다. 마음을 전하려 했다”며 웃었다. 
선배들의 마음에 감동 받은 전성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힘든 시간에 형들이 (수당을) 챙겨주셨다. 감사하게 느꼈다”고 고백했다. 
사제지간에 끈끈한 정으로 뭉친 KGC는 3연승으로 6강을 정면돌파 한다는 각오다. 전성현의 존재로 인해 삼성은 더욱 코너에 몰리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안양=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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