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배구로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
주장 문성민, “매 경기가 재미있었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올해 부임한 최태웅 감독의 ‘스피드 배구’가 빛을 발했다.

현대캐피탈은 25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두며 승점 3점을 추가했다. 이날 경기 승리로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 2008-2009시즌 이후 7년 만이다.
현대캐피탈은 우승과 함께 단일 시즌 최다인 16연승을 달렸다. 4라운드 시작과 함께 단 1패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현대캐피탈의 배구는 견고했다. 최태웅 감독은 ‘스피드 배구’를 하는 팀으로 만들었다. 단순히 공격을 빠르게 하는 것을 떠나서, 코트 위의 선수들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어디서 어떻게 공격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토털 배구에 가깝다.
시즌 초 어려운 점도 있었다. 3라운드까지 10승 8패(승점 31점)로 리그 4위를 기록했다. 최 감독은 스스로도 “모든 감독님들을 보고 배운다. 그래서 모든 걸 제 걸로 만들기 위해 했던 것들이 생각난다”면서 “하면서 시행착오가 많았고, 제 생각이 바뀐 부분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 감독은 급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잠재력을 믿었고, 끊임없이 동기 부여했다. 그 결과 후반기 16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만들 수 있었다.
선수들이 ‘최태웅표 스피드 배구’를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기에 우승도 가능했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잃지 않았던 것이 주효했다. 주장 문성민은 우승을 확정지은 후 “그 어느 팀 보다 신나고 재미있게 열심히 뛰었던 것 같다. 거의 매 경기가 재미있었다. 이렇게 시즌이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성민은 “선수들이 코트에서 밝은 표정으로 재미있게 배구를 한다. 여요현 코치님이 속공을 올리시기도 하고, 오레올이 백토스를 한다. 스스로 그런 부분을 즐길 줄 알았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여요현 플레잉 코치도 “사실 우리 팀은 우승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감독님도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 해서 즐겨라. 결과에 대해선 그 다음에 생각하자’고 하셨다. 선수들이 오늘도 잘 즐긴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즐긴 선수들뿐만 아니라 최대한 즐기도록 환경을 제공한 최 감독도 일등공신이었다. 최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서도 선수들에게 “코트는 물이고 너희는 물고기이니 신나게 물장구를 치고 와라”라고 말했다. 부담을 주기보다는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도왔다. 경기 도중 작전 타임에서도 “원하는 걸 쉽게 얻으려고 하지 마라”며 선수들의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스피드 배구와 우승. 그 중심에는 코트 위에서 즐겼던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있었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