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현 특파원] “메이저리그라고 160km-170km 던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시애틀 매리너스 캠프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이대호의 말이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볼에 대비해 혹시 타격 동작에서 바꾼 점이 있는지” 묻자 나온 대답이다. 설명은 간단명료하게 이어졌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훈련을 마친 후 어리석은 질문을 하기는 했지만 캠프에서 본 이대호의 스윙은 이런 자신감을 가질 만 했다. 워낙 좋은 스윙 매커니즘을 갖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준비도 되어 있었다. 타격 훈련 내내 간결하면서도 부드러운 스윙을 유지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섣불리 자신의 힘을 보여주려고 서두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타구를 우중간을 목표로 보내는 데 집중하면서 거리보다는 정확도에 초점을 맞추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잡아당기는 타격은 1/3 정도에 불과했다.

이대호의 준비상태는 몸에서도 알 수 있었다. 착실한 체력훈련으로 체중이 줄어들어 겉보기로도 헌칠한 키가 훨신 더 부각 됐다. 주변에서는 “20kg 까지 감량한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이대호와 저녁을 함께한 LA 다저스 류현진도 “몸상태를 보니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볼에 대한 이대호의 생각은 이렇게 준비된 몸상태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스윙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타격 뿐만이 아니다. 1루에서 수비 역시 이대호는 경쾌한 모습을 보여줬다. 함께 훈련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도 출발이나 이동, 모두 훨씬 날렵해 보였다. 여기에 코치가 “한 번 더 하려고?”라고 놀랄 정도로 추가 훈련을 자처하는 자세까지 보여주면서 점점 코칭스태프의 눈에 띄는 선수가 되고 있다.
시애틀은 26일에야 투포수, 포지션플레이어까지 모두 참가하는 훈련(full squad)가 시작됐다. 이제부터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들기 위한 본격경쟁이 시작된다. 계약에서 불리한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실력만큼은 충분해 보인다.
제리 디포토 단장은 이대호에 대해 “1루수로 좌투수를 상대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어쩌면 이대호는 디포토 단장의 기대를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의 모습에서는 그런 희망이 느껴진다./nangap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