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포스트.'
원주 동부는 26일 오후 고양체육관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1차전 원정 경기서 고양 오리온에 78-104로 완패를 당했다.
오리온은 이현민 허일영 김동욱 헤인즈 이승현이 먼저 나왔다. 동부는 한정원 허웅 두경민 벤슨 박지훈으로 맞섰다.

김영만 동부 감독과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동부의 키플레이어로 베테랑 센터 김주성을 꼽았다. 최근 부상에서 복귀해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두 수장은 김주성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김영만 감독은 "김주성이 들어오면 높이가 강화되고, 로테이션 수비 때 많이 도와 주니 동료가 편하다"면서도 "하지만 트리플 포스트를 가동하면 공간 활용이 빡빡하고,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강 플레이오프가 한 게임으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20분 중후반 정도 기용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벤슨과 맥키네스가 가운데서 잘하면 할만하다"면서 "벤슨이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벤슨이 시즌 초반엔 잘했는데 발바닥 부상을 입은 뒤 힘을 쓰지 못하면서 득점력이 떨어졌다. 발바닥이 100%가 아니라 예전만 못하지만 (두)경민이와 (허)웅이의 슛이 되니 외곽으로 볼만 잘 내주면 된다"고 기대했다.
추일승 감독은 "김주성은 워낙 활동폭이 넓다. 인사이드와 외곽을 모두 살릴 줄 안다. 주성이로 하여금 플레이가 안됐으면 좋겠다. 3점슛도 못하게 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부상을 안고 있는 김주성의 몸 상태에 대해서도 "워낙 노련해 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주성과 두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동부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관건은 패스와 외곽슛을 보유한 김주성이 외곽으로 빠지면서 두 외인들이 얼마나 골밑에서 비벼주고, 외곽으로 A패스를 내줄 수 있느냐였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는 나쁘지 않았다. 벤슨은 16점 9리바운드 4도움을 기록했다. 맥키네스는 14점 8리바운드 4도움, 김주성은 10점 3리바운드 1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김영만 감독이 가장 강조했던 외곽으로 내주는 패스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 3명의 도합 실책(10개)도 팀 실책(19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만큼 이들의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김주성은 1쿼터 3분여가 흐른 시점에 투입됐다. 4-10서 한정원을 대신해 코트를 밟았다. 김영만 감독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곧바로 김주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동부는 곧바로 허웅과 박지훈의 연이은 득점으로 쫓아갔다. 김주성은 쿼터 종료 3분 30여 초를 남기고 3점포를 터뜨리며 추격에 기름을 부었다. 종료 2분여 전엔 넓은 시야로 두경민의 3점포를 돕기도 했다. 하지만 동부는 1쿼터 막판 문태종의 3점포를 비롯해 이승현, 장재석, 잭슨에게 연이어 득점을 허용, 14점 뒤진 채 1쿼터를 마감했다.
벤슨과 맥키네스, 김주성이 모두 투입된 2쿼터도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맥키네스는 득점 후 상대의 림에 투핸드 덩크를 꽂아넣은 뒤 불필요한 테크니컬 파울을 범하며 분위기를 흐렸다. 외곽으로 내주는 패스 또한 좋지 않았다. 설상가상 벤슨도 부진했다. 골밑 수비와 외곽으로 내주는 패스는 김영만 감독의 기대 이하였다. 반면 오리온은 춤을 췄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손쉽게 득점에 성공했다. 2쿼터 한 때 격차는 21점으로 벌어졌다.
동부는 외곽포가 살아나며 추격에 힘을 내기 시작했다. 벤슨과 맥키네스의 골밑 득점과 두경민의 연이은 3점포로 50-61로 추격하며 2쿼터를 마감했다. 3쿼터 초반에도 허웅과 김종범의 3점포 등으로 6점 차로 쫓아가며 희망을 살리는 듯했다.
거기까지였다. 동부는 잭슨에게 연이어 득점을 허용하며 격차는 다시 15점으로 벌어졌다. 3쿼터 종료 1분 23초 전 김주성의 실책은 뼈아팠다. 15점 뒤진 상황서 벤슨에게 어이없는 패스미스를 범해 가라앉은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부는 가장 인상적이던 두경민이 4쿼터 초반 5반칙 퇴장 당하며 대패의 쓴잔을 들이켰다./dolyng@osen.co.kr
[사진] 고양=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