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토크] WBC까지 꿈꾸는 이현승 “마무리는 멋진 자리”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2.27 09: 13

선발 원했지만 마무리 전향 대성공
다음 목표는 WBC 대표팀 승선
 1년 전 이맘때 이현승(33, 두산 베어스)은 선발을 꿈꿨다. 하지만 운명 같이 찾아온 마무리라는 보직은 그에겐 기회였다. 마무리를 맡으면서 한국시리즈와 프리미어12 우승을 맛봤고, 이제 더 큰 무대도 마음속에 그리게 됐다.

한국이 세계를 제패했던 프리미어12에서도 마무리투수는 이현승이었다. 뚜껑을 열기 전에는 뒷문이 대표팀의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포스트시즌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 이현승은 막강했다. 한일전에서 기적적인 역전을 이룬 뒤 등판해 그대로 뒷문을 잠근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미국과의 결승전 마지막 투수는 조상우(넥센)였음에도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를 9회에 올랐던 투수로 기억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던 1년이었다. 시범경기 때만 하더라도 5선발이었으나, 타구에 손가락을 맞는 부상을 당하고 돌아와서는 팀 사정에 의해 셋업맨으로 갔다. 시즌 초 마무리 윤명준, 노경은이 믿음직스런 투구를 하지 못하자 김태형 감독의 선택은 이현승이었다. 그는 기대 이상으로 잘 적응했고, 감독의 마무리 고민도 없어졌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 비해 가장 고무적인 것은 마무리(이현승)가 고정된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성과는 좋았지만,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현승은 “선발도 해보고 중간도 해봤지만 마무리가 참 힘들다. 선발은 만회할 기회가 많다. 그리고 중간은 다음 투수가 막아줄 수 있다. 하지만 마무리는 내가 끝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외로움도 많은 자리다”라며 마무리투수만 아는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보직 전환에 성공했지만 선발투수라는 자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현승은 “지난해는 나에게 천운이 왔다”면서도 “선발을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은 가지고 있다. (현대, 히어로즈 시절) 중간으로 시작했지만 선발로 빛을 봤다. 두산에 와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는데, 한편으로 아쉬웠다. 만회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다시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는 말로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
물론 당장 옮기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영광을 가져다준 위치인 만큼 마무리도 소중하다. “마무리로 자리를 잡으면서 더 알려지고 가치가 높아졌다고 생각을 하니 마무리라는 자리를 빼앗기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이현승의 의견이다.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현재 페이스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지는 않지만, 마무리 2년차를 맞아 마음의 준비는 마쳤다. 이현승은 “처음엔 안일하게 생각해 중간에 있을 때와 똑같이 몸을 풀었다. 첫 타자를 상대할 때와 다음 타자를 상대할 때 구속 차이가 꽤 있었다. 이젠 빨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몸이 덜 풀린 상태로 첫 타자를 상대했던 적이 많았다면 이번 시즌엔 그런 부분을 줄여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많은 것을 선물해준 마무리라는 임무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물었을 때 이현승은 “멋있는 자리다”라고 한 마디로 정의했다. 이어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까지 모든 사람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소름 돋고 좋았다”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팀 내 많은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이현승 역시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참가를 바라고 있다. “WBC도 꼭 나가보고 싶다”며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맞붙고 싶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2년째 맡고 있는 자리가 그를 더 큰 꿈의 무대로 데려다놓을 수 있을지도 주목해볼 일이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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