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천 수비코치 아이디어로 시작
민첩성 배양, 즐거운 분위기 조성에 탁월
무릎을 굽히고 상체를 숙여 스타트 준비를 끝낸 야수의 눈이 2m 앞을 향한다. 그리고 공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몸을 날린다. 뒤에서 기다리는 선수들은 함께 웃고 떠들며 파이팅을 외친다.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두산 베어스의 수비 훈련법이 수비 능력 향상이라는 본 목적은 물론 팀 분위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라 취재진은 물론 전지훈련 과정을 보기 위해 일본 미야자키까지 온 팬들의 이목까지 집중시켰다.
이 훈련법은 두산 베어스의 강석천 수비코치가 아이디어를 내 만든 것이다. 강 코치는 양 손에 공을 쥐고 있고, 맞은편 2m 정도 거리에 야수가 선다. 강 코치는 양 손을 교차하며 공을 던지는데, 둘 중 하나는 쥐고 있고 하나만 던진다. 내야수는 날아오는 공을 몸을 날려 잡으면 된다.
강 코치가 팔을 흔드는 동작만 취하고 공을 하나도 던지지 않을 때도 있다. 내야수는 그때 속아서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안 된다. 공이 오기 전에 미리 움직이면 강 코치는 곧바로 반대편으로 공 하나를 던지고, 선수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넓은 그라운드에서 펑고를 받거나 선수들끼리 캐치볼을 하는 등 여러 가지 훈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넓은 공간이 있어야 가능한 데 반해 강 코치가 고안한 이 훈련법은 비교적 협소한 곳에서도 진행하기 쉽다. 두산은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연습경기가 우천 취소된 지난 20일에도 소켄구장 실내연습장에서 이 훈련을 소화했다.
이 훈련이 어떤 면에 도움이 되는지 강 코치에게 묻자 “민첩성, 그리고 (가까이 오는 타구를 보기 위해) 눈동자를 재빨리 움직이는 것에 도움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또한 좁은 공간에서도 할 수 있어 경기가 우천 취소됐을 때 선수들이 원래 하려고 했던 훈련을 하지 못해 시간이 낭비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민첩성을 발전시키거나 유지하게 하는 훈련도 되지만, 선수가 현재 가지고 있는 민첩성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도 활용 가능하다. 이날 훈련에 참여했던 신인 내야수 서예일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외야수지만 내야수들과 함께 훈련한 신인 조수행도 양 방향으로 빠르게 뛰면서 공을 잡아내며 스피드를 과시했다.
짧은 시간에 성공과 실패가 나뉘는 게임적 요소도 있어 참여하는 선수는 물론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선수들까지 농담을 주고받는 가운데서도 집중한다. 강 코치는 “내기도 하면서 서로 즐겁게 하는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훈련을 하면서도 즐거울 수 있는 것은 두산이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이기도 하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