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넥센전 4번타자로 2안타 2타점
이승엽, "어떤 타순이든 맞춰가겠다"
4번 DH 이승엽.

지난 26일 삼성의 넥센전 연습경기 선발 라인업에는 이승엽(40)이 4번 타순에 올라가 있었다. 기존 4번타자 최형우가 하루 휴식을 취하면서 이 자리에 이승엽이 들어갔다. 올해 연습경기 첫 4번타자 선발출장. 이날 이승엽은 3회 중전 적시타에 이어 8회 우월 동점 솔로 홈런으로 2안타 2타점 활약을 했다.
지난 2년간 이승엽은 4번 타순에 배치된 적이 없었다. 지난해에는 최형우가 144경기 모두 4번으로 나섰고, 2014년 최형우가 옆구리 부상으로 15경기를 결장했을 때 삼성 4번은 박석민이 맡았다. 3번 타순도 2014년 5타석이 마지막. 지난해에는 5~6번에만 들어갔다. 3번에는 야마이코 나바로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삼성에 박석민과 나바로는 없다. 두 강타자의 빈자리가 고스란히 남은 상황에서 삼성 타순의 무게는 이승엽에게로 향하고 있다. 이승엽은 팀의 오키나와 연습경기 6경기에서 5경기에 출장, 3·4·5번 타순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 2년간 고정되다시피 한 6번 타순에서 벗어나 비중이 더 높아졌다.
연습경기이지만 활약상도 뜨겁다. 5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치고 있는데 그것도 전부 장타다. 12타수 7안타 타율 5할8푼3리. 홈런 3개에 2루타 2개를 더했다. 이승엽 스스로는 "지금 치는 건 의미 없다. 페이스가 너무 빨리 올라와 걱정이다. 페이스를 한 번 늦춰야 타격 사이클이 시즌에 맞춰질 텐데 불안하다. 지금 너무 잘 맞으면 안 된다"라고 오히려 불안해한다.
하지만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장타가 쏟아지고 있는 건 긍정적이다. 이승엽도 "컨디션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내가 생각한대로 스윙이 되는 건 긍정적이다. 스윙이 돌아가는 건 최근 몇 년을 볼 때 제일 좋다. 오버 스윙을 하지 않는다. 크게 치는 게 아니라 짧은 스윙을 유지한다. 오늘(26일)도 가볍게 친 타구가 먹혔는데도 넘어갔다"고 기술적인 완성도에 만족해한다.
타순도 3번 아니면 5번이 유력하다. 팀 상황에 따라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과 대표팀 때처럼 4번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승엽도 무게감을 견딜 각오가 되어있다. 그는 "사실 6번이 가장 편하지만 이젠 팀에 맞춰야 할 때다. 2명(박석민·나바로)이 빠졌기 때문에 감독님과 타격코치님께서 원하시는 그림이 있으실 것이다. 올해는 어떤 상황과 타순에서든 맞춰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은 기간 지금 페이스를 잘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이승엽은 "이걸 유지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 여기서 더 욕심 내지 않고 마음을 눌러야 한다. 타격이란 것은 조그마한 욕심 하나에 가버릴 수 있다. 욕심을 버리고 잘 조절하겠다. 이제는 젊은 선수들의 연습량을 못 따라가기 때문에 힘들면 연습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여전히 '이승엽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