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서로 장점 부각, "유쾌한 토크"
선의의 경쟁 돌입, 불펜 믿을맨 떴다
“마무리 투수의 어깨는 잘 관리해줘야 해”(박희수). “이러면서 형이 마무리 하실 거잖아요?”(전유수).

26일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열린 KIA와 SK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전유수(30)는 덕아웃 앞에서 상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때, 한 선수가 조용히 다가와 전유수의 어깨를 주무르며 풀어주기 시작했다. 흠칫 놀란 전유수가 뒤를 바라보니, 자신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있는 선수는 팀 선배인 박희수(33)였다.
박희수는 “올 시즌 우리 팀의 마무리 투수다. 지금부터 잘 관리를 해줘야 한다”라며 빙그레 웃었다. 이 말을 들은 전유수는 “무슨 소리냐. 희수형이 마무리 보직을 맡게 될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유쾌한 즉석 토크쇼의 시작이었다.
그러자 박희수는 “10개 구단 마무리 투수 중 130㎞대 공을 던지는 투수는 없다”라고 했다. 24일 니혼햄 2군과의 경기에서 최고 구속 139㎞가 나온 자신의 상황을 빗대는 이야기였다. 전유수도 물러서지 않았다. 전유수는 “구속은 무슨… 그렇게 좋은 제구를 가지고 있으면서 엄살이다”라고 맞받아쳤다.
박희수와 전유수는 올 시즌 SK의 마무리 후보들이다. 리그 최고의 왼손 불펜 요원이었던 박희수는 2012년 34홀드, 2013년 24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확실하다. 김용희 감독도 “몸 상태만 좋다면 마무리”라고 구상에 넣고 있다. 어깨 통증의 공포에서 탈출한 박희수는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통증도 없고, 기분도 좋다. 재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다만 최근 2년간 어깨 부상으로 고전한 경력이 있다. 팀에서도 여전히 박희수를 조심스레 바라보고 있다. 보직에 대한 부담감에 자칫 어깨에 지나친 힘이라도 들어가면 그간 쌓았던 공든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이에 박희수의 상태에 대한 대안이 바로 전유수다. 전유수는 2014년 67경기, 2015년 66경기에 나서며 SK 불펜의 마당쇠 몫을 톡톡히 했다. 경험이 쌓이면서 갈수록 구위와 경기운영능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제는 당당한 마무리 후보가 됐다.
두 선수도 이런 상황을 잘 안다. 마무리에 대한 욕심도 있다. 프로선수라면 당연한 것이다. 중간계투와 마무리는 경기 환경과 연봉에서도 차이가 크다. 그러나 더 구위가 좋은 선수가 팀의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는 팀 정신도 같다. 박희수는 “보직은 생각하지 않는다. 내 공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전유수도 “보직을 가리고 뛰어본 적은 없다”라고 올해도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이런 두 선수의 이야기는 옆에서 듣고 있던 김용희 SK 감독도 가세했다. 김 감독은 “둘 다 마무리를 하기 싫으면 내가 하겠다”라며 농담을 했다. 그러자 두 선수는 “차라리 저희가 하겠습니다”라며 감독을 말리면서 덕아웃에는 큰 웃음꽃이 피었다.
친분은 친분이고, 경쟁은 경쟁이다. 두 선수는 본격적인 시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박희수는 2차례 연습경기에서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6타자를 상대하면서 피출루가 한 번도 없었다. 첫 경기에서 수비 실책 탓에 자책점이 없었음에도 3실점을 떠안은 전유수 또한 26일 KIA전에서 1이닝 2탈삼진 퍼펙트 피칭으로 서서히 올라오는 감을 과시했다. 누가 마무리를 하든, 두 선수의 올 시즌 비중은 매우 크다. 경쟁이 더 비중의 무게감을 더 높여놓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