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스토리] "우리가 맞출게" 위상 높아진 코리안빅리거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2.29 06: 05

코리안 빅리거, 소속 구단에서 이들 적응위해 적극적
1세대 빅리거 최희섭, “예전과는 달라, 구단이 먼저 좋은 환경 제공”
“강정호는 개척자(Trailblazer)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메이저리그 전체에 좋은 표본이 되고 있다. 강정호(29,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아시아 내야수 첫 성공사례가 되면서, 모든 팀들이 피츠버그를 따라가려 한다. 피츠버그 클린트 허들 감독은 올 시즌 코리안 빅리거가 부쩍 늘어난 것을 두고 “볼티모어와 미네소타가 한국에서 젊은 타자를 데려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강정호의 활약이 더 많은 선수들을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오게 했다. 강정호는 개척자다”고 말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동양인 야수에 대해선 모든 게 물음표였다. 특히 내야수에겐 더 큰 물음표가 붙었다. 한국에서 40홈런을 터뜨린 유격수, 강정호를 향한 시선도 비슷했다. 나카무라 노리히로, 가즈오 마쓰이, 니시오카 츠요시 등 일본 최고의 내야수들이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참패를 당했다. 때문에 강정호 역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강정호는 지난해 126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7리 15홈런 58타점 OPS 0.816으로 맹활약했다. WAR 4.0(팀 내 4위)을 기록하며 피츠버그의 중심선수로 자리했다. 유격수와 3루수를 도맡으면서 중심타선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피츠버그는 만세를 불렀고, 강정호 영입을 염두에 뒀던 세인트루이스는 땅을 쳤다. 
허들 감독은 “나는 작년 이맘때 강정호가 적응하기 위해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말하지 않았다. 확실한 점은 강정호가 좋은 타격과 수비력을 지녔다는 것이었다. 결국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 적응했다. 참고로 강정호가 얼마나 영어가 많이 늘었는지를 알면 더 놀랄 것이다”고 강정호와 함께 한 지난 1년을 돌아봤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피츠버그 구단이다. 피츠버그는 구단 전체가 강정호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도록 전력을 다했다. 허들 감독과 선수들은 간단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강정호에게 다가갔다. 그라운드 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정호가 부진해도 꾸준히 강정호를 출장시켰다. 강정호를 향한 믿음을 꾸준히 이어갔다. 
피츠버그의 이러한 노력은 메이저리그 다른 팀들에게 일종의 매뉴얼이 됐다. 박병호를 영입한 미네소타, 김현수를 영입한 볼티모어, 오승환을 영입한 세인트루이스 모두 피츠버그와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병호의 통역을 맡고 있는 김정덕 씨는 “미네소타 구단에서 박병호 선수에게 굉장히 협조적이다. 작은 것 하나하나 다 배려하는 게 느껴진다. 선수들도 열린 마음으로 박병호 선수에게 다가간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감독님께서는 ‘여기에 적응하려고 하려고 하지 마라. 우리가 맞춰주겠다. 원하는 게 있으면 다 해주겠다’고 하신다. 리더인 아담 존스를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다들 즐겁게 야구하자고 강조한다”고 웃었다. 실제로 볼티모어 구단은 김현수를 위해 특별히 비빔밥을 조리했다. 김현수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뭐냐?”는 쇼월터 감독의 질문에 ‘비빔밥’이라고 답했고, 아담 존스가 김현수에게 비빔밥을 서빙했다. 
오승환 또한 팀 동료들과 금방 가까워졌다. 오승환은 “선수들 모두 편하게 다가와 준다. 특히 중심선수들이 그렇다. 몰리나 선수를 비롯해 웨인라이트, 카펜터 선수 등과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카펜터 선수는 훈련 후 골프 약속도 잡자고 하더라”며 “2년 전 일본에 갔을 때보다 편하다. 외국생활을 한 번 경험한 게 크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여기 선수들이 더 편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 등 메이저리거 1세대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당시만 해도 팀의 중심선수로 올라서기 전까지는 차별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마이너리그에선 눈물 젖은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볼티모어 마이너리그 팀에서 코치 연수를 시작한 최희섭은 김현수를 바라보며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번에 미국에 온 선수들은 FA 계약을 했다. 이렇게 FA로 오는 게 좋다고 본다. FA로 오면 팀에서 더 대우해준다. 팀에서 먼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며 “강정호의 성공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우리 선수들이 이곳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돈을 썼다. 야구는 아주 작은 부분에서 갈리기 마련이다. 때문에 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 팀에서 이렇게 도와주면 우리 선수들이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최희섭은 “이번에 메이저리그에 입단한 선수들 모두 올만한 선수들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도전할만한 선수들이 많다. 한국에서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 정도의 성적을 낸다면 누구든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다. 메이저리그를 향한 도전이 계속될 것이라 본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렸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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