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적응세, 1군 가능성 밝혀
내년이 더 기대되는 유망주
힘은 이미 증명이 됐다. 까마득하게 날아가는 연습 타구는 SK뿐만 아니라 오키나와에 모인 각 팀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SK 거포 유망주인 김동엽(26)이 예상보다 일찍 즉시전력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올해 SK의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발을 내딛은 김동엽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프로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연습경기 7경기에 출전, 타율 2할7푼8리(18타수 5안타)를 기록 중이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 보면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그의 지난 과거를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적응’에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던 김동엽은 미국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귀국했다. 2년간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며 군 문제를 해결했고 지난해 SK의 지명을 받았다. 미국에서 부상 탓에 경기에 나서지 못한 시간까지 합치면 실전에 나선 지는 몇 년이 됐다. 실전 감각은 말 그대로 바닥이었다.
때문에 지명 당시까지만 해도 SK 관계자들은 “올해 1년 정도는 퓨처스리그에서 적응을 해야 할 것이다. 향후 2~3년을 내다본 지명”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올해 즉시전력감이 될 것이라 기대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외야나 1루에 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다만 워낙 선천적인 힘이 좋아 차분히 적응한다면 정의윤과 최승준을 비롯, 군에서 제대할 한동민 김도현 등과 함께 SK 거포 타선을 구축할 인재로 기대를 모으는 정도였다.
하지만 플로리다 캠프부터 놀라운 힘을 보여주며 코칭스태프의 눈을 사로잡았다. 결국 생존에 성공했고,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도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야구에 대한 눈을 바로잡고 있다. 21일 한화와의 연습경기에서는 밀어서 홈런을 치며 힘을 과시했고 변화구 적응도 비교적 빠르다는 평가로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김동엽은 26일 KIA와의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모두 임준혁의 커브를 받아쳤다.
코칭스태프는 김동엽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면서도 아직은 조심스럽다. 힘과 스피드와 같은 선천적 재질에 비해, 정확도와 수비 능력은 아직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깨 수술로 송구에는 여전히 트라우마가 있다고 말하는 김동엽이다. 그러나 1루 혹은 지명타자 포지션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하는 관계자들도 있다.
오키나와에 올 때까지만 해도 개막 27인 로스터 진입이 불투명했던 김동엽이다. 야수를 14명으로 꾸려간다고 가정할 때, 외야 백업은 대개 두 자리다. 수비와 주루에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조동화가 확실히 한 자리를 꿰찬다면, 김동엽은 박재상 이진석 등 수비와 주루에서 장점이 있는 선수들과 경쟁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반반’ 정도로 올라왔다는 평가. 확실한 1군 선수는 아니지만 언제든지 1군 콜업을 고려할 수 있을 정도로는 성장했다. 예상보다 빠른 출발이다.
2~3년 뒤를 더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은 여전하다. 축복받은 신체부터가 그렇다. SK 트레이닝 파트에서는 “엄청난 힘을 갖춘 선수다. 그러나 미국에서 유연성 운동 부분은 부족했다. 지금은 보디빌더처럼 몸을 만들어놓은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앞으로 유연성 운동을 병행한다면 더 엄청난 신체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김동엽도 “유연성 운동을 시작한 상태다. 앞으로는 이 부분에 중점을 맞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신체적 능력, 그리고 실전 감각까지 점점 쌓인다고 생각하면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