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SK 프리뷰16] ‘배수의 진’ 고효준, 더 이상 뒷걸음질 없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2.29 17: 00

제대 후 2년간 부진, 심적으로 힘든 시간
독해져 돌아왔다, 2016년 배수의 진 
보통 야구 선수들의 전성기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고 한다. 완숙한 신체적 능력에 경험까지 더해지는 시기다. 그러나 고효준(33, SK)은 그런 전성기를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오히려 한창 전성기를 달려야 할 시기에 뒷걸음질을 쳤다. “아직 그런 생각을 하기는 이르지 않는가”라는 위로에 고효준은 “그런 느낌을 가진 지가 꽤 오래 됐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SK의 왕조 개국에 큰 공을 세운 선수였다. 선발·중간·마무리를 가리지 않으며 맹활약했다. 팀이 필요로 하는 곳에 항상 있었고 기록 이상의 공헌도를 과시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전업 선발이 아니었음에도 모두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하지만 그 후로는 경력의 내리막이 왔다. 2012년과 2013년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시 사라졌던 고효준은 그 뒤 평범한 투수가 되어 있었다. 적어도 기록만 놓고 보면 그랬다.
군에서 제대한 뒤 첫 시즌이었던 2014년에는 21경기에서 2승5패1홀드 평균자책점 9.18에 그쳤다. 이를 갈고 준비한 지난해에도 30경기에서 51이닝을 던지며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6.18에 머물렀다. 한창 잘해야 할 때, 성적이 떨어졌다. 고효준은 “군대에 다녀온 뒤 2년 동안 성적을 너무 못 냈다”라면서 “많이 급했다. 쫓기는 부분이 많았다. 성적을 내야 한다는 조바심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역동적인 투구폼을 바꿔보기도 하는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 더 추락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럼에도 브레이크는 좀처럼 걸리지 않았다. 1·2군을 오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1군에서의 입지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의 보직은 언제 마운드에 오를지 모르는 추격조의 신분이었다. 몸을 풀다가 다시 자리에 앉고, 다시 몸을 풀었다 결국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경기가 부지기수였다. 그 흐름 속에서 고효준은 몸과 마음은 지쳐가고 있었다. 그 열악한 자리에서 성적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될 것도 그르치게 만들었다.
이제 어느덧 나이는 팀 투수 중에서도 가장 많은 축에 속하는 고효준이다. 아래에 있던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더 이상 밀리면 이제는 자신의 보직은커녕 1군에서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고효준은 올해 ‘배수의 진’을 쳤다. 고효준은 “이제는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 퇴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무조건 올해는 올라가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진다.
심리적 무장부터 철저히 했다. 고효준은 빠른 공만 놓고 보면 SK에서도 가장 좋은 구위를 가진 선수 중 하나다. 그러나 그 공을 제대로 꽂지 못했다. 심리적인 문제였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진단이다. 김원형 투수코치는 “그 나이에 그 구위를 가진 선수가 그 정도 위치에 있다는 것에 대해 주위에서도 많이 안타까워하는 시선이 있다”라면서 “플로리다 캠프부터 심리적인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많이 노력을 했다”라고 떠올렸다. “결과가 어찌되든 한 가운데에 공을 던져라”라는 주문은 대표적이다.
그런 고효준은 한층 더 독한 싸움닭이 되어 돌아왔다. 물러설 곳이 없는 베테랑의 독기가 느껴진다. 고효준은 29일까지 오키나와에서 가진 연습경기에 5경기에서 5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 중이다. 정우람(한화)이 빠진 SK 불펜의 왼손 전력을 채워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진다. "투수 중 가장 구위가 좋다"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많은 이들이 고효준의 이름 석 자를 놓치고 있었지만, 고효준은 아직 자신이 살아있음을 구위와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고효준은 “군 복무를 하고 돌아온 해보다 지난해가 심리적인 부분에서 더 힘들었다”라면서 “위치 자체도 바꿔놔야 한다. 그 위치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올해는 성적을 내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이맘때 고효준은 SK의 5선발 경쟁에서 탈락하며 힘든 시기가 시작됐다. 자신도 올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배수의 진을 친 고효준이 2016년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016년 프리뷰
SK 마운드의 현재 최대 고민은 5선발이다. 그 다음이 왼손 불펜 전력이다. 고효준은 양쪽 모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다. 제 구위만 찾을 수 있다면 여전히 팀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시작은 중간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전천후 스윙맨의 활용성은 코칭스태프에도 잊지 않고 있다. 또한 우완이나 사이드암 쪽에서는 좋은 신예들이 많이 치고 올라왔지만 좌완 불펜은 상황이 다르다. 박희수 신재웅이라는 기존 전력 외에는 이렇다 할 가세 자원이 없다. 결국 고효준이 얼마나 제 모습을 찾느냐에 따라 불안감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고효준은 “올해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다. 경기에 나가면 힘들어도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다. 고효준의 이런 목표가 실현되어야 SK의 왼손 전력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아직 잊히기에는 너무 귀한 자원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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