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승전보는 놓쳤다. 그러나 소득은 확실했다. 승점을 목표로 했던 한국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완벽한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는 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북한과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승점 1점을 획득한 한국은 오는 2일 개최국 일본과 2차전을 갖는다. 일본전에서도 패배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1차 목표는 완전히 달성하게 된다.
모두가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차전 상대인 북한은 전력에서 월등했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8위이지만, 북한은 6위에 오른 세계적인 강호다. 또한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 동아시안컵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최근 좋은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한국을 상대로 이날 전까지 9연승을 달리며 역대 전적에서 14승 1무 1패로 크게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기가 죽지 않았다. 최근 이겨본 적 없는 상대이지만 경기 초반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윤 감독이 "지금은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준비한대로 한다면 좋은 결과가 가능하다"며 "북한에 단 한 번 승리하고, 계속 졌지만 모두 지나간 과거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가 있었다.
정신적인 면에서 밀리지 않은 한국은 경기력도 좋았다. 북한을 상대로 밀리지 않고 대등한 모습을 보이던 한국은 전반 32분 선제골을 넣었다. 서현숙의 침투 패스를 받은 이민아가 낮은 크로스를 올려 문전으로 쇄도하던 정설빈에게 연결해 북한의 골문을 흔들었다. 북한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물론 끝까지 쉽게 풀린 것은 아니다. 후반 들어 선수 교체로 분위기를 바꾼 북한은 과감한 공격으로 반격에 나섰다. 체력에서 우위를 바탕으로 한 북한에 공세에 밀린 한국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반전에 활약한 서현숙과 이민아가 교체된 후에는 확실히 밀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후반 35분 김은주의 중거리포로 승부가 원점으로 되면서 북한이 완전히 경기를 주도했다.
역전이 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체력이 떨어진 한국은 북한의 공격을 막는데 급급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정신력 만큼은 살아 있었다. 체력을 앞세운 북한을 상대로 정신력으로 버텨낸 한국은 결국 소기의 목적이던 승점 획득에 성공했다. 다잡았던 승리를 놓치기는 했지만, 이날 얻은 승점 1점은 사상 첫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에 다가서는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sportsh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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