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적’ 고메즈, 야구 집안 DNA 살아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3.01 12: 57

진중한 자세+열정, 코칭스태프 호평
야구집안 DNA 자부심, 품행은 OK​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것 같은 메이저리그(MLB)의 선수들이지만 그 몸짓 하나하나에는 기본이 녹아있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자유분방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할 기본은 결코 놓치지 않는다.

SK 새 외국인 선수 헥터 고메즈(28)는 그런 선수다. 고메즈는 평상시 유쾌한 스타일이다. 항상 웃는 낯에 농담도 자주 한다. 그러나 경기장에 들어가면 타협이 없다. 집중력이 뛰어나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함은 물론, 가장 기초적인 ‘콜 플레이’는 국내선수보다 더 열심히 한다. 그라운드에서 그 어떤 선수보다도 목청이 크다. 동료들을 격려하는 데도 힘을 아끼지 않는다.
김용희 SK 감독도 흐뭇한 심정이다. 김 감독은 “아웃카운트나 다른 콜 플레이를 가장 열심히 하는 선수다. 동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유형이다. 우리 선수들도 이런 점은 본받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가끔 훈련 시간이 동료들보다 짧은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루틴인데, 훈련을 하는 시간에는 그만큼 더 열심히 한다. 그런 모습이 보이니 동료들도 아무 말을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고메즈는 훈련 태도나 야구에 대한 자세에서는 이미 합격점을 얻어가고 있다. 선수들도 “행실에서 흠을 잡기 어려운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보통의 도미니카 선수들과는 다르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고메즈의 모습은 ‘야구 집안’의 내력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형들의 모습을 보며 야구에 대한 자세와 존중을 몸으로 배웠다.
고메즈의 아버지인 헥터 에레라는 휴스턴에서 활약한 전직 MLB리거다. 형제인 미겔 고메즈는 캔자스시티 코치, 오스카 고메즈는 샌디에이고의 코치를 역임하는 등 고메즈를 비롯한 5형제가 모두 야구계에 종사하고 있기도 하다. 고메즈도 이러한 집안 내력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고메즈는 “아버지께서 항상 ‘너는 나보다 더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격려해주셨다. 자랑스러운 일이었다”라고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여기에 일찌감치 결혼해 이미 아이가 셋이나 있는 고메즈다. 이제는 야구로 성공하고, 그 성공을 통해 가족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식이 매우 강하다. 지난해 MLB에서 뛰었던 고메즈가 한국행을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책임감이 투철하다.
자세만 좋은 것이 아니다. 기량도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이미 유격수 수비에 있어서는 검증이 끝났다. 송구 부분이 다소 불안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3·유간을 커버하는 넓은 반경과 강한 어깨는 국내의 수비수들과 차원이 다르다는 호평이 이어진다. 본 포지션인 유격수는 물론 2루와 3루도 소화할 수 있어 비상시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매우 넓다. 몸 상태에 대해서도 스스로 강한 자신감을 표하고 있다.
방망이도 마찬가지다. 오키나와 연습경기 4경기에서 홈런 1개와 2루타 2개를 뽑아냈다. 그 2루타 중 하나는 펜스를 직격하는 홈런성 타구였다. 정교함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빠른 배트 스피드에서 나오는 힘은 “홈런 20개 이상이 충분하다”라는 공감대를 모으는 요소다. 주루도 괜찮다. 체구(188㎝ 88㎏)치고는 순발력이 좋고, 가속도가 붙으면 뛰어난 스피드를 자랑한다. “야구에 대한 자세와 몸 상태만 이어갈 수 있다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