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부러워? 연습경기에 숨겨진 비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3.01 17: 00

KIA, 일본 1군 팀들과 줄줄이 대진
11월부터 눈치싸움, KBO 위상 높아져
일본 오키나와는 프로스포츠 전지훈련의 메카 중 하나다. 매년 2월이 되면 한·일 프로야구팀은 물론 축구팀 등 많은 프로스포츠 구단이 오키나와를 찾는다. 한국 프로구단도 이제 오키나와를 빼면 전지훈련을 생각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오키나와가 2차 전지훈련지로 각광받는 것은 무난한 날씨와 더불어 야구 인프라가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촌구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각지에 퍼진 야구장만 수십개다. 일본에서도 많은 팀들이 1·2군을 오키나와로 보내 본격적인 실전에 들어간다. 자연히 연습경기를 잡기도 편하다. 올해 이상저온에도 불구하고 각 팀들이 오키나와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습경기가 목적이라면, 그 연습경기를 잡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자 큰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연습경기조차도 쉽게 편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 전년도 11월부터 연습경기 일정 편성에 돌입한다. 각 팀의 휴식일이 다르고 서로 일정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어 “생각보다 어렵다”라는 것이 담당자들의 공통적인 하소연이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KIA는 타 팀 관계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오키나와에 온 팀들 중 연습경기 일정이 가장 잘 짜인 팀으로 평가받는다. 경기수도 많을뿐더러, 휴식일을 고려한 일정과 대진까지도 참 잘 짜였다. 특히 일본 1군 팀들과의 대진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은 타 구단을 놀라게 했다.
KIA는 이번 오키나와 리그에서 요미우리, 라쿠텐, 요코하마, 주니치, 야쿠르트, 니혼햄, 히로시마까지 총 7개 일본 구단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다른 팀들은 2군과 경기를 치르는 경우도 많지만, KIA는 모두 1군과의 대진이었다. 섭외력만 놓고 보면 한일 구단을 통틀어 오키나와 최강이라고 할 만하다.
일본 1군과의 연습경기를 선호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다. 일단 수준이 높은 상대와 만나 보완점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한국 팀들과 상대하면 아무래도 이런 저런 부분에서 전력을 숨겨야 할 것이 있기 마련. 그러나 일본 팀들은 상대적으로 그런 부담이 덜하다. 또한 일본 1군 팀들은 대다수 우리 구단보다 좋은 경기장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오키나와 현으로서는 ‘밥줄’인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매년 경기장을 보수한다. 어차피 매년 올 곳이라 구단 차원의 투자가 이뤄지는 곳도 있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김기태 감독, 그리고 전임 선동렬 감독의 힘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선 감독은 일본에서 현역 생활을 해 일본 쪽 인사들을 잘 안다. 선 감독이 ‘유치’에 직간접적으로 힘을 보탠 아카마 구장(현 삼성 메인구장)과 킨 구장(현 KIA 메인구장)은 일본 팀들도 눈독을 들인 오키나와의 신축급 구장이다. 김 감독 또한 코치 연수를 일본에서 했다. 이 감독은 “일본을 잘 아는 인사는 우리 쪽에도 많지만, 직접 그 팀에 속해 있었던 것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나는 한 것이 별로 없다”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연습경기 일정을 잡는 프런트와 코디네이터가 있다. 다 그 분들의 덕이다”라고 공을 돌린다. 하지만 김 감독은 경기 시작 전 일본 팀 관계자들과 가장 많이 만나고 환담을 나누는 KBO 리그의 감독이기도 하다. KIA 관계자도 “결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일본 팀들이 한국을 보는 인식도 예년과 크게 달라졌다. 경기 일정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수준이 낮고 거칠다며 한국 팀과는 연습경기를 하지 않으려는 팀들도 있었다. 우리 관계자들이 휴식일마다 작은 선물을 준비해 일본 팀 관계자들을 찾아가 전달하기도 했었다. 연습경기 한 번 잡으려면 시즌 때부터 공을 들여야 했다”라면서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오히려 일본 쪽에서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라며 달라진 KBO 리그의 위상을 설명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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