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오키나와로, 또 한 번의 기회
수비 우선, 2016년 SK 내야의 다크호스
SK 선수단에게 2016년 2월 12일은 희비가 엇갈린 날이었다. 인천국제항공 한 쪽 끝에서는 1군 선수들이 일본 오키나와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완전 반대편 끝에서는 2군 및 재활군 선수들이 대만 퓨처스팀 전지훈련으로 떠날 참이었다.

SK 신진 내야수인 조성모(24)는 1군이 아닌 2군 선수들과 함께 대만행 비행기에 짐을 부치고 있었다.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가고시마 특별캠프에서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조성모는 SK의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군을 향한 일보전진이었다. 그러나 오키나와 2차 전지훈련 명단에서는 탈락했다. 기존 내야수들을 넘지 못했다.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인 조성모는 “플로리다 캠프 훈련이 조금은 힘들었다. 12월에 내가 어떻게 훈련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1군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이 처음이었는데 긴장됐다. 역시 공기가 달랐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진짜 앞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라고 덧붙였다. 조금은 이상한 대답이었다.
오키나와에 가지 못했다는 것은 다시 앞이 캄캄해진 상황임에 분명했다. 그럼에도 조성모는 빛을 봤다고 자신했다. 1군과 함께 했던 시간의 경험적 자산이었다. 조성모는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경기나 훈련에서 임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많이 느꼈다”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힘이 없어 보인다’라는 지적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조성모는 “아프지 않고 힘을 내 기운을 차리겠다.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대만으로 떠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기회는 단 3일 만에 찾아왔다. 외야수 이진석이 스윙 도중 손목에 통증을 느껴 검진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대만에서 조성모가 호출됐다. 조성모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회였다. 한 차례 벼랑 끝에서 탈출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조성모도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조성모는 오키나와에서 열리고 있는 실전에 출전해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물론 아직은 백업이다. 주전으로 도약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플로리다에서 귀중한 경험을 쌓았듯, 오키나와에서도 1군 선배들과 함께 경기에 뛰며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다. 29일까지 연습경기에서는 주로 대수비 및 대타로 출전하며 타율 5할을 기록했다. 방망이와 수비에서 모두 기량이 점점 나아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구에 대한 태도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 표정이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는 스타일이지만 주위의 조언을 받아들여 더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조성모는 “최정 선배한테 그런 점에 대해 많이 물었다. 일부러라도 좀 더 밝고 힘찬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이다”라며 생긋 웃었다. 달라지는 마음의 모습은, 조성모의 얼굴과 팀 내 입지를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역시 수비다. 조성모는 “박진만 코치님은 기본에 충실하라고 항상 가르치신다. 기본에 집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일단 수비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다면 나중에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뜻밖의 기회를 얻은 조성모는 눈앞에 비친 앞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더뎌도 기분은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2016년 프리뷰
SK는 내야를 놓고 여러 선수들이 다투고 있다. 저마다 자신의 장점이 달라 예상이 어려운 승부다. 그런 가운데 조성모는 SK 내야 경쟁 자원들의 장점을 조금씩 다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비와 주루에서는 평균 이상이며, 공격에서도 맞히는 데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2루와 유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활용성도 장점이다. 김용희 감독이 가고시마 캠프부터 주목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당장 1군 진입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시즌에 변수는 많다.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했다는 것은 추후 부상 및 부진한 선수가 생길 때 콜업할 수 있는 순번이 상당히 당겨졌다는 것을 뜻하기도 해 의미가 크다. 올해 꿈꿨던 1군 데뷔를 이룰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