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 감독은 끝내 골칫덩어리 조 잭슨(25, 오리온)을 해결하지 못했다. 과연 ‘만수’ 유재학 감독은 어떨까.
고양 오리온은 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원주 동부를 79-67로 제압했다. 오리온은 쾌조의 3연승으로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3번 시드 오리온은 정규리그 2위 모비스와 8일 울산에서 4강 1차전을 갖게 됐다.
경기 전 김영만 감독은 잭슨에 대해 고민을 드러냈다. 잭슨은 6강 시리즈 평균 19.3점,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동부산성을 허물었다. 가뜩이나 부상자가 많은 동부는 잭슨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했다.

김영만 감독은 “2차전에서 잭슨을 스위치(마크맨을 바꿔서 막는 수비)로 막았는데 실패했다. 잭슨에게 속공을 허용하면 분위기를 내줘서 문제다. 첫 슛을 내주지 말아야 한다. 잭슨이 치고 나가면 국내선수가 일대일로 막기란 쉽지 않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자신이 공을 갖고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잭슨의 공격은 장점이다. 노장이 많은 동부가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허웅과 두경민이 막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김영만 감독은 잭슨이 아예 공을 잡지 못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잭슨 수비에 대해 김영만 감독은 “잭슨이 센터 쪽으로 공을 몰고 가도록 유도했다. 그런데 센터들이 덩크슛을 주고 있어 돌아버리겠다. 파울이라도 해야 한다. 상대 장점을 파악하고 그걸 못하게 해야 한다. 잭슨이 애초에 공을 못 잡게 해야 하는데 깜빡하고 있으니...”라며 혀를 찼다.
잭슨의 강점은 운동능력과 속공이다. 동부는 박력 있게 치고 나가는 그의 스피드를 아무도 제지하지 못했다. 잭슨은 김주성을 앞에 두고 덩크슛을 시도하는 등 대담한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단점도 뚜렷하다. 무리한 슈팅 시도로 인한 저조한 성공률은 팀에 해가 된다. 잭슨은 3차전 야투율 25%로 부진했다.
추일승 감독은 잭슨이 지공과 속공을 구분해야 할 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추 감독은 “3,4쿼터에 잭슨이 너무 셋업을 해서 공격흐름이 끊어졌다. 처음부터 너무 셋업을 시켰다. 공격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못했다. 이를 보완한다면 모비스와 좋은 경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잭슨이 지나치게 팀에 맞추려다보니 특유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말이다.
정규리그서 잭슨은 양동근과의 1대1 대결에 지나치게 집착한 경향이 있었다. 잭슨은 “4강은 양동근과의 대결이 아닌 모비스와의 승부다. 모비스는 챔피언이니 존경해야 한다. 우리는 더 분발해야 한다. 더 높은 수준으로 싸워야 챔프전에 갈 수 있다. 양동근과의 1대1 대결이 아니다”라며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때로 잭슨의 흥분이 승부처에 독이 될 때가 있었다. 4강전서 잭슨은 추일승 감독의 지시에 100% 따르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우리 코칭스태프를 믿는다. 시즌 초반에는 내가 팀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료들을 파악해야 했다. 지금은 장단점을 다 안다. 어떤 플레이든 할 수 있다. 더 배우고 좋아지려고 여기에 있다. 감독님이 말하는 것에 집중하겠다. 계속 공격적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무리 지략이 뛰어난 유재학 감독이라도 잭슨의 파괴력을 감당하기는 벅찰 것으로 보인다. 잭슨이 ‘두통유발자’의 진면목을 보여야 오리온이 이긴다.
잭슨은 “속공에서 내 스피드가 무기다. 2대2, 3대3 상황이든 공격하려고 한다. 지공에서는 빅맨을 돕겠다. 2대2에서 찬스를 봐주려고 한다. 가끔 직접 슛도 쏜다. 간결하게 하겠다”며 모비스전 필승을 다짐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원주=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