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올 시즌은 6강에서 좌절됐다. 하지만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서울 삼성은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안양 KGC 인삼공사에게 83-85로 아쉽게 패했다. 삼성은 1승 3패를 기록하며 4강 진출이 좌절됐다.
1차전 25점차 대패를 당한 삼성은 2차전서 석패해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삼성은 접전 끝에 3차전을 92-88로 잡아 저력을 과시했다. 삼성은 4차전서 단 한 골이 모자라 고배를 마셨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시즌이다.

지난 시즌 11승 43패로 최하위에 그쳤던 삼성이다. 올 시즌 삼성은 29승 25패로 정규리그 5위를 차지, 당당히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꼴찌팀이 단 번에 5계단이나 순위가 상승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삼성의 성공적인 리빌딩은 현재진행형이다.
▲ 라틀리프·문태영 모비스 우승 DNA 이식
삼성은 FA 최대어였던 문태영에게 연봉 8억 3000만 원을 안기며 전격 계약에 성공했다. 그 동안 승부처에 해결사가 없다는 평을 들었던 삼성이었다. 문태영의 영입으로 삼성은 단번에 믿을 수 있는 득점원을 보유했다.
삼성은 운까지 따랐다.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당당히 전체 1순위로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지명했다. 모비스 통합 3연패의 주역 중 두 명이나 푸른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단숨에 골밑이 크게 보강된 삼성에게 기대가 쏟아지는 것도 당연했다. 2년차로 더욱 성숙한 김준일까지 더해 삼성은 리그 최강의 프론트 코트를 구성했다.

효과는 탁월했다. 삼성은 어느 팀을 만나도 골밑에서 쉽게 밀리지 않는 팀으로 성장했다. 삼성은 34.8리바운드로 정규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라틀리프는 20점, 11.8리바운드로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했다. 주장을 맡은 문태영은 15.7점을 올리며 선수단을 하나로 모았다. 외국선수 2명 출전으로 김준일은 10.9점, 4.7리바운드로 성적이 다소 하락했다.
▲ 주희정 한 명으로 부족했던 가드진
아쉬운 것은 가드진이었다. 이상민 감독은 D리그 챔피언출신 론 하워드를 영입했다. 주희정 한 명으로 부족한 가드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였다. 하워드는 괜찮은 개인기와 슈팅능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하워드는 한국농구 적응에 애를 먹었다. 특히 지역방어에 고전하는 경향이 짙어 이상민 감독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리그가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가는 트렌드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삼성은 27경기 만에 하워드를 방출하고 만다. 하워드가 뛰는 동안 삼성은 14승 13패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았지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지도 못했다.
에릭 와이즈 영입 후 삼성은 4연승을 달리며 안정을 되찾았다. 투박하지만 리바운드가 좋은 와이즈는 삼성의 전력에 보탬이 됐다. 와이즈는 10.8점, 5.7리바운드로 기여했다.

문제는 가드진이었다. FA로 영입한 노장 주희정은 기대 이상의 대활약을 펼쳤다. 주희정은 경기당 25분 가까이 뛰며 5.5점, 3.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한국나이로 마흔 살인 선수가 주전으로 코트를 누비는 것만으로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더구나 주희정은 결정적인 순간 ‘빅샷’을 성공시켜 승리를 이끈 경기가 많았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주희정의 노련미는 빛났다. 다만 주희정을 받쳐줄 젊은 가드들이 부진했다는 점은 옥에 티다.
차기 시즌 삼성은 ‘주희정 후계자 찾기’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수준급 가드의 보강이 필수다.
▲ 이상민 감독의 세 번째 시즌, 기대된다
이상민 감독은 정식감독 부임 후 두 번째 시즌에서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데뷔시즌 이상민 감독은 부담감이 심했다. 스타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구성했지만 경험이 부족했다. 팀이 꼴찌로 추락할 동안 이상민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정식감독으로 부임한 첫 시즌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맛봤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난 시즌의 경험은 약이 됐다. 이상민 감독은 원하는 선수를 보강하며 비로소 자신의 색깔에 어울리는 농구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감독으로서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다. 올 시즌 감독으로서 첫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이 감독은 임기응변도 늘었다는 평가.

4강 좌절 후 이상민 감독은 “마지막에 운이 안 따랐다. 선수들은 열심히 했다. 부상도 많았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아쉬움이 많다. 우승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성장해야 할 선수들이 있다. 올 시즌을 잊어버리지 말고 다음 시즌에 더 잘하길 바란다”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이상민 감독은 지도자로서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멀다. 다음 시즌 이상민 감독은 첫 번째 계약기간의 마지막 시즌을 치르게 된다. 꼴찌였던 팀을 5위로 올려놨으니 기대치가 올라갈 것은 당연한 일. 이상민 감독은 다음 시즌 최소 4강을 목표로 잡아야 한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체=박준형 기자 soul101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