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매직? 깜짝 세터 한정훈, 백업 꿰차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3.03 05: 58

세터 변신 한정훈, 백업 자리 꿰차
스피드 배구 정착시킨 최태웅 감독의 성과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13번 유니폼을 입은 한정훈(23)이 노재욱을 대신해 코트에 들어왔다. 원 포인트 블로커가 아닌 세터였다.

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고 있던 현대캐피탈은 3세트 4-9로 뒤지자 흔들리던 노재욱을 대신해 한정훈을 넣었다. 한정훈은 센터 신영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토스를 펼쳤고, 그를 대신해 노재욱이 다신 들어온 시점은 팀이 9-11로 추격한 뒤였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분위기를 반전시킨 한정훈의 활약을 바탕으로 3-0(25-20, 25-18, 25-22)승리를 거뒀다.
세터 경력이 전혀 없이 2개월 전까지 날개 공격수였던 한정훈은 세터로 변신해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최태웅 감독은 “최근 일주일간 훈련하는 것을 봤을 때 전문적인 준비는 되어있지 않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오늘은 전반적으로 (노)재욱이의 토스가 불안했다. 위기를 잘 넘어갔는데 3세트에 재욱이를 쉬게 하면서 경기를 보게 하기 위해 투입했다. 놀랄 정도로 잘했다”라고 말하며 한정훈을 칭찬했다.
세터가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최 감독은 “(한정훈이) 프로에 오기 전에 세터를 해본 적은 없다. 2개월 정도 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훈이와의 미팅을 통해 결정했다. 토스하는 손 모양이 좋고, 토스할 수 있는 적합한 손을 가지고 있어서 대화를 해봤더니 일주일 정도 뒤에 (세터를) 해보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뒤늦게 새 출발을 선언한 만큼 노력은 더 많이 하고 있다. 최 감독은 “베스트 멤버와 같이하는 훈련 양은 노재욱이 더 많다”고 했지만 “대신 송병일 코치가 전담으로 야간에 훈련을 시키고 있다. 전체 훈련 시간은 한정훈이 더 길 것이다”라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로서는 페이스가 좋지 않은 이승원보다 백업 세터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 최 감독은 “승원이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훈련 양도 적어지면서 슬럼프가 온 것 같다. 승원이에게 지금 제일 필요한 것은 휴식인 것 같다”고 말한 뒤 한정훈을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백업 세터로 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일 경기 후 “재욱이 형이 부상이라 복귀하기 전까지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말하며 웃었던 한정훈은 “오른손잡이 공격수 스텝을 가지고 있는데 세터는 왼손잡이의 스텝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한 폼에서 토스가 나와야 한다고 하셔서 공 밑으로 들어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최근 기울이고 있는 노력에 대해 언급했다.
197cm에 달하는 큰 키를 바탕으로 유리한 점도 있지만 아직은 출발하는 세터에 불과하다. 한정훈 스스로도 “내 별명이 차이나다. 중국산 세터, 짝퉁이라는 뜻이다. 입단 동기들이 아직 (토스가) 중3 수준이라고 말한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팀 동료인 신영석은 “정말 깜짝 놀랐다. 배구에서는 세터가 정말 중요하고, 스트레스도 많은 자리인데 매번 볼 때마다 놀랍다. 대단한 것 같다”고 그의 성장세에 대해 주저 없이 말했다. 최 감독도 가능성만 보고 공격수 하나를 세터로 바꿔놓았다. 한정훈의 재탄생은 이번 시즌 최 감독이 보여준 여러 성과들 중 가장 믿기 힘든 일일 수도 있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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