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으로 타석 등장, 보기 드문 선수
허슬 플레이 ‘감탄’ 열정의 야구 기대
SK 외국인 선수 헥터 고메즈(28)는 어떤 의미에서 현대야구와 어울리지 않는 굉장히 순수한(?) 선수다. 겉차림이 그렇다. 마치 검 하나만 들고 돌격하는 로마 시대의 검투사 같다.

100년 전에 비해 구속이 빨라지고, 더 강한 타구가 많이 날아드는 시대다. 때문에 팔꿈치 보호대, 발목 보호대는 필수가 된 지 오래다. 투수와의 진검승부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패라고도 할 수 있다. 초창기 야구에 비하면 확실히 타자들의 몸에는 이런 저런 장비가 많이 달려 있다.
그런데 고메즈는 아무 것도 착용하지 않는다. 간혹 감의 문제로 배팅 장갑을 끼지 않는 선수는 몇몇 있었지만 보호대마저 거부(?)한 선수는 한국은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많지 않다. 주루 때도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이다. “용품 값은 덜 들 것”이라 농담까지 나올 정도다. ‘괴수’로 불린 블라디미르 게레로도 팔꿈치 보호대가 없는 상대적 원초적 복장이었지만, 발목 보호대는 차고 타석에 들어섰다.
일각에서는 부상 우려 때문에 보호대 착용을 권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고메즈는 고개를 저었다. “이게 원래 내 스타일이고 이것이 편하다”는 간단한 이유다. SK도 굳이 강요하지는 않기로 했다. 평생 그런 방식으로 야구를 해왔는데, 지금 보호대를 착용하면 감각이나 루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저 공이 몸에 날아들지 않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
고메즈의 이런 방식은 정규시즌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가지 드는 괜한 걱정은 고메즈가 워낙 열정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다. 경기장 안에만 들어가면 전사로 바뀌어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다. ‘적극적이다’라는 느낌이 절로 들 정도다. 다이빙 캐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 지난 1일 열렸던 삼성과의 연습경기에서는 홈 크로스 상황에서 저돌적인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 아웃 타이밍을 세이프로 바꿔놓기도 했다. 득점이 나기는 했지만 오키나와 연습경기 시점에서는 오히려 코칭스태프가 말릴 법한 플레이였다.
한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들이 아무리 팀에 헌신한다고 연습경기부터 저런 슬라이딩을 하는 선수는 찾기 힘들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기본이 잘 잡힌 야생마를 연상시키는 고메즈는 어쩌면 한국프로야구에 뛰는 선수 중 가장 원초적인 느낌을 주는 선수일지도 모른다. 이런 고메즈의 허슬 플레이가 144경기 내내 이어질 수 있다면 SK의 시즌 목표는 좀 더 앞을 내다볼 수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