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3인’ 생존경쟁 시작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3.03 13: 05

메이저리그(MLB) 데뷔를 꿈꾸는 3명의 한국 선수가 정글의 게임을 시작했다. 상황은 아주 낙관적이지도, 아주 비관적이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다. 이대호(34, 시애틀), 이학주(26, 샌프란시스코), 최지만(25, LA 에인절스)이 나란히 MLB에 진출해 역대 최고의 판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세 선수가 속한 캑터스리그도 3일(이하 한국시간) 본격적으로 시범경기 일정에 돌입했다. 아직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아 훈련만 하고 있는 이대호를 제외한 나머지 두 선수는 3일 첫 경기부터 실전에 나섰다. 최지만은 에인절스의 선발 3번 지명타자로 나섰고, 이학주는 6회 유격수 대수비로 들어가 한 타석을 소화했다.
최지만은 삼진 3개를 당하기는 했지만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렸다. 5년 9000만 달러의 사나이인 제프 사마자(샌프란시스코)의 공을 받아쳐 2루수 옆을 지나가는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에인절스의 올해 시범경기 첫 안타라는 의미도 있었다. 또한 경기 중간에는 1루수로 자리를 바꿔 9회까지 모든 경기를 소화했다. 이날 선발 출전 선수 중 경기를 모두 뛴 선수는 최지만 한 명이었다.

이학주도 6회 대수비로 들어가 경기 후반을 책임졌다. 타석에서는 아쉽게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수비에서는 흠잡을 곳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이대호는 현재 시애틀의 스프링캠프에서 계속 훈련을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비자 문제로 경기 출전이 늦어진 상황이라 훈련에서라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세 선수에게 이번 스프링캠프는 야구 인생과 직결된 시기일 수도 있다. 룰5드래프트 때 에인절스의 지명을 받은 최지만은 기본적으로 MLB 데뷔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주전 1루수인 알버트 푸홀스가 예상보다 빠른 재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어 낙관은 아직 이르다. 의무 로스터 포함 기간 조건이 부담스럽다면 에인절스도 시즌 전 방출이라는 한 가지 카드를 쥐고 있다.
탬파베이에서 한 차례 방출의 쓴맛을 봤던 이학주는 더 절박하다. 이학주도 일정 기간 내 MLB에 올라가지 못하면 팀을 나올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나 시즌 중반 마이너 계약을 다시 맺는다고 하더라도 신분이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가장 적극적으로 이학주 영입에 달려들었던 샌프란시스코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확률적으로 옳은 승부다. 나이가 있는 만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이대호는 취업비자 발급이 우선이다. 시애틀은 이미 3일 시범경기 일정을 시작했다. 이대호의 경쟁자 중 하나인 헤수스 몬테로는 경기 중반 들어가 2타수 1안타를 치며 예열을 시작했다. 스테펜 로메로는 6회 솔로포를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최대한 빨리 경기에 들어가 이들보다 확실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대호도 옵트아웃 조건이 있지만 시애틀에서 방출당한 뒤 타 팀을 찾는 것은 더 쉽지 않을 수 있다. 돈보다는 명예를 택해 MLB에 도전하는 만큼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이번 시범경기에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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