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포수 앉혀놓고 하프피칭
머나먼 재활 여정, 그래도 포기는 없다
장기 재활 중인 전병두(32, SK)가 극적인 복귀를 향한 다음 발걸음을 내딛었다. 부상 이후로는 처음으로 포수를 앉혀놓고 공을 던졌다. 복귀 시점을 거론하기는 이르지만 전병두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지난 2월 12일부터 시작된 SK의 대만 퓨처스팀 캠프에서 재활조로 참가 중인 전병두는 3일 하프 피칭(가진 힘의 절반 정도로 공을 던지는 피칭)을 실시했다. 물론 부상 이후 하프 피칭단계까지는 몇 차례 갔던 전병두다. 그러나 이날은 광경이 조금 달랐다. 포수가 앉아 있었다.
기본적인 캐치볼 단계에서는 굳이 포수가 실전처럼 앉아 있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금씩 강도가 높아질수록 어깨의 단련은 물론 감의 조율도 필요하다. 이날 전병두는 20개의 하프 피칭을 진행했다. 조심스럽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은 나쁘지 않다. 전병두의 피칭을 지켜본 김경태 SK 루키팀 코치는 “괜찮았다. 무난하게 단계를 밟고 있다”고 했다.
전병두는 “부상 이후 포수를 앉혀 놓고 던지기는 처음이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만큼 전병두가 걸어온 길이 쉽지 않았다. SK 왕조의 일등공신 중 하나였던 전병두는 2011년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았다. 투수로서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수술이었다.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재활만 6년차에 접어들었다.
2013년 괌 재활캠프에서 좋은 모습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통증이 도져 원위치로 돌아갔다. 너무 좋아 힘을 준 게 문제였다. 지난해 여름에도 페이스가 올라오는 듯 했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포기는 없다. SK도 ‘마지막 기회’를 줬다. 방출 대신 따뜻한 대만에서 재활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게끔 배려했다. 진상봉 육성팀장은 “팀을 위해 헌신했던 전병두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했다.
전병두는 “지난해 여름 상태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좋았던 것 같다. 아직도 피칭 이후에는 조금씩 통증이 있다”라면서 “통증 유무에 따라 일정을 조절하면서 재활을 진행할 것 같다.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겠다”라고 말했다. 전병두의 건강한 복귀는 SK 팬들의 오랜 염원이다. 전병두 또한 팬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복귀하겠다는 각오로 재활에 매달리고 있다. 양자가 다시 그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을지 구단도 숨을 죽여 지켜보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